부도방지협약으로 부도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진로그룹은 회생 아니면 제삼자에게 경영권양도라는 갈림길에 놓여있다는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진로 등 6개 계열사를 구제대상업체로 선정한 채권금융기관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28일 대표자회의에서 2,3개업체로 축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23일 밝혔다.
금융기관들은 또 대표자회의에서 금융지원 대가로 張震浩(장진호)진로회장으로부터 보유주식을 담보로 넘겨받고 경영권포기각서를 받아둘 계획이다. 진로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측은 『경영권 포기각서는 담보확보보다 진로측의 자구노력을 촉구하는 의미가 더 크다』며 『장회장의 소유권을 반드시 박탈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진로측은 『경영권 포기와 관련, 은행의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다』면서 『대표자회의 결정을 지켜본 뒤 방침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거나 전문경영인을 세우는 방안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게 진로측 입장.
아무튼 장회장으로서는 경영권 포기요구에 맞설 방도가 별로 없으며 대표자회의 결정에 반발할 경우 진로는 계열사별 제삼자매각으로 사실상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높다.
진로의 한가닥 희망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묻기 위해 기업주의 경영권을 박탈한다」는 은행 방침에 재계가 정면반발하고 있다는 것.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영을 잘못했다고 해서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자금지원부문에 국한해 진로와 채권은행단이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6개 계열사가 추가자금지원을 받더라도 나머지 18개 계열사들은 자구노력 차원에서 통폐합되거나 매각 등의 절차를 거쳐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재계 19위의 진로는 30위 밖으로 추락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강운·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