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이 커지면서 친구나 친지의 대출보증을 섰다가 자신의 월급을 압류당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들어 서울지방법원 산하 각 지원으로 접수되고 있는 월급 가압류 신청은 한달 평균 40∼50건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배이상 늘어난 수치.
회사원 박모씨(34)는 지난달 은행으로부터 월급의 절반을 압류하겠다는 통보를 받고 깜짝 놀라 허겁지겁 사유를 알아본 결과 대출보증을 서준 것이 화근이 된 사실을 알고 낭패감에 빠졌다.
지난 95년 고교동창생 김모씨가 사업자금 1천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는데 보증을 서줬으나 불황의 여파로 김씨의 사업이 어려워져 은행대출금을 못갚게 되자 이를 대신 갚아야 할 상황이 된 것.
박씨는 백방으로 김씨의 행방을 수소문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결국 부인 모르게 회사동료들에게 돈을 빌려 김씨의 대출금을 갚고 월급압류를 막을 수 있었다.
서울 D중학교 교사인 장모씨(35)는 지난해 7월 친구 손모씨가 은행으로부터 9백만원을 대출받는데 보증을 섰다가 손씨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다음달부터 월급과 상여금의 절반을 압류당했다.
이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직장인 사이에서는 보증기피현상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친구관계마저 소원해지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신용카드 발급에 따른 보증 부탁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올부터 신용카드 대금 연체에 따른 보증인의 월급 가압류 신청이 늘어나자 친지의 신용카드 발급보증도 꺼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
〈이현두·홍성철·신치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