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자금난 심각…「부도방지협약」후 자금줄 『꽁꽁』

  • 입력 1997년 4월 27일 20시 08분


『거래업체에서 받은 수천만원대 어음 가운데 지난2월에 2건, 3월에 4건, 이달 들어서도 3건이 부도가 났습니다. 이 바람에 우리 회사까지 부도를 낼 지경에 처해 월 1할(연 120%)짜리 사채를 끌어다 위기를 넘긴 적이 몇번이나 있습니다』(서울 영등포구소재 중소 기계제작업체 A사의 자금담당 K이사)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Y배선기구사의 자금담당 J이사는 『우리 회사의 작년 매출은 1백68억원인데 올들어 거래업체에서 받은 어음의 부도액수가 3억원을 넘었다』며 『이 때문에 급전을 구하러 사채 전주들을 찾아다니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은행 대출창구는 한보부도 직후부터 꽁꽁 얼어붙었고 제2금융권의 할부금융사나 파이낸스사에서도 개인재산 담보없이는 한푼도 빌릴 생각을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마지막 수단으로 사채시장을 찾지만 엄청난 고금리를 감당하기 어렵고 이자를 낮추려면 부동산 담보가 필요한데 임원들의 개인재산까지 이미 담보로 잡혀 있다는 것. 은행들은 부실채권의 악몽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더욱 몸을 사린다. 특히 지난 21일 「부실징후기업 정상화를 위한 금융기관협약」이 발효되면서 금융권이 더욱 위축, 종합금융회사 등 제2금융권을 이용해온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극심해졌다. 형식상 신용대출기관인 제2금융권은 금융기관협약 때문에 부실기업으로부터의 채권회수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 신규대출보다는 대출회수에 온 힘을 쏟기 때문. Y배선의 J이사는 『한보와 삼미의 부도에 이어 진로를 1차대상으로 하는 부도방지협약이 발효되자 그 부작용으로 어음할인의 금액단위는 작아지고 만기는 짧아지고 있다』며 『그나마 신용이 약한 중소기업은 할인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기관협약이 발효되면서 종소기업들은 제2금융권으로부터도 까다로운 조건의 이면담보를 요구받고 있다』(M컴퓨터 박모사장) H파이낸스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담보를 제시해도 은행에서는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면서 부동산담보를 들고 할부금융사나 파이낸스사를 찾는 중소기업체가 최근들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동산담보를 내놓아도 돈빌리기가 어렵기는 제2금융권도 마찬가지. 은행견질어음이나 회사부동산을 담보로 잡아도 부도가 나거나 금융기관협약에 걸리면 대출금 회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회사와 무관한 개인부동산을 담보로 가져올 경우에나 융자를 검토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귀띔이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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