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마케팅]「후각 인테리어」로 구매욕 자극

  • 입력 1997년 4월 28일 08시 14분


향(香)도 중요한 인테리어 소재. 업종이 다르면 향기도 달라진다. 에스콰이어나 금강제화 매장에 들어선 고객은 구두 가죽냄새보다 캘빈클라인향을 먼저 맡는다. 그냥 구경만 하러 들렀다가도 은은한 향기에 「취한」 손님들은 구두 한켤레를 사들고 나서곤 한다. 여행사를 찾은 고객들은 어디선가 풍기는 열대 코코넛향에 마음은 벌써 남국의 태양 아래로 떠나가 있다. 모두 「향기마케팅」의 사례들이다. 매장이나 업소에 상품이나 서비스와 연관되는 향기를 뿌려 후각을 자극함으로써 판매량을 높이는 것이다. 지난 95년 국내 첫 향기관리업체인 에코미스트를 설립한 崔永信(최영신·39)사장은 이를 「향기 인테리어」라고 부른다.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내장식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상품이나 업소의 성격에 따라 각각 적합한 향기가 있어요. 사업과 상품의 내용, 주고객층의 성격 등에 따라 적절한 향기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중고자동차 가게에서는 진한 가죽향을 뿌려 마치 새 차를 사는 것 같은 만족감을 준다. 유아용품점에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서 나는 베이비 탈크향을 뿌린다. 제과점에 커피향을 뿌려주면 당장이라도 도넛 하나를 먹고 싶어진다. 일식집에서는 레몬이나 오렌지향으로 비린 생선냄새를 내쫓는다. 속옷 판매점에 에로틱한 향기가 어울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 매장만이 아니라 사무실의 근무효율도 높일 수 있다. 한국통신 한국전산원 등 사무실에는 레몬향과 페퍼민트향 분사기가 직원들의 졸음을 막고 상쾌한 실내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국무회의실에도 감귤향이 「설치」됐다. 향기의 「위력」이 알려지면서 향기산업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에코미스트가 현재 관리하고 있는 회원만도 5만여곳의 업소와 가정. 「향기통합」작업을 추진하는 대기업도 생겨났다. 어느 자동차회사는 매장은 물론 영업사원의 명함까지 특정한 향기로 통일할 계획이다. 보람은행도 전국 모든 지점을 단일한 향내로 일치시킨다는 방침이다. 최사장은 그러나 국내 향기마케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한다. 『업종은 수천가지인 반면 향기의 종류는 아직 1백여가지에 불과합니다. 특히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향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10월 삼림욕향을 개발한 것이 바로 이런 성과 중의 하나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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