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 「돈장사」싸움 갈수록 치열

  • 입력 1997년 5월 4일 20시 28분


현대와 삼성의 「돈장사」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금융은 삼성의 전유물로 여길 정도로 현대는 삼성의 적수가 되지 못했으나 현대의 금융업 진출이 부쩍 늘어나면서 경쟁이 뜨거워졌다. 현대그룹 최대 금융계열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지난해 1조2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한데 비해 삼성생명은 13조7천3백억원, 삼성화재는 3조1천22억원을 넘어 현대가 뚜렷한 열세를 보였다. 금융부문 계열사 전체매출액을 보아도 삼성은 작년 17조7천58억원을 올린데 비해 현대는 1조8천67억원으로 삼성의 10분의 1을 겨우 넘은 정도. 그러나 이같은 매출격차는 올들어 현대가 국민투자신탁(96년매출 10조4천억원)을 인수하면서 급격히 좁혀졌다. 현대는 이어 현대기술투자와 현대선물을 설립했다. 작년에 설립한 현대파이낸스를 합하면 지난 95년 鄭夢九(정몽구)회장 취임이후 모두 4개의 금융계열사를 인수 또는 설립한 것. 또 5대그룹 생명보험업 진출허용에 따라 관계사인 한국생명을 조만간 계열사로 편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현대가 파죽지세로 금융부문을 강화하자 현대그룹이 E은행의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주식을 매집했다는 소문까지 증시에 퍼졌다. 현재 재벌의 은행 경영권 장악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이같은 소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재벌의 은행소유 허용에 대비, 현대가 미리 이 은행 주식을 사들였을 것이란 추정 때문. 그동안 현대는 건설에서 출발한 그룹답게 금융업을 다소 경시했다. 현대그룹의 한관계자는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사업에 익숙한 그룹의 풍토가 금융업을 쩨쩨한 분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며 『그러나 정회장 취임이후 금융업의 중요성을 인식, 금융계열사들을 강화하게 됐다』며 금융부문 강화배경을 설명했다. 정회장은 취임사에서 『제조부문에 비해 현저히 낙후된 그룹의 금융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의 약진에 맞서 삼성은 올들어 미국 모건사, 일본 야마이치사와 함께 삼성JP모건투신운용을 설립, 투자신탁업에 뛰어들었다. 〈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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