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 합석해달라는 은밀한 요청이 아직도 많아요. 그럴 땐 「혹시 집에 우리 또래의 딸이나 동생이 있지 않느냐」고 되묻죠』
도우미(행사진행요원) 소개업체인 「휴먼탱크」의 박향숙·32 사장. 지난 93년 대전엑스포에 참가한 한국전력공사의 「왕(王)도우미」 출신답게 고객들의 짓궂은 요청을 거절하는 데에는 이골이 났다. 7백여명이나 되는 동생같은 도우미들을 3년째 소개해온 탓일까. 도우미들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뭇남성들의 편견이 영 못마땅하다는 말투다.
『처음엔 고객들이 계약조건에 「부담스런」 요구사항을 포함시킬 때가 많아 5건중 하나는 행사참가를 포기했습니다. 요즘엔 도우미들의 필요성이 당당하게 인정받는 추세지요』
박사장의 도우미세계 입문은 부모의 결혼독촉이 계기가 됐다. 지난 89년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한 이후 「자꾸 집안의 눈치가 보여」 유학자금이나 마련할 셈치고 엑스포 도우미로 나섰던 것. 1백대 1의 경쟁을 뚫고 왕도우미로 선발되는 바람에 엑스포 뒤에도 도우미를 찾는 전화가 끊이지 않아 아예 소개회사를 차렸다.
박사장은 지난해 10월 「비즈니스탱크비서학원」을 차려 원장직함을 하나 더 달고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비서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아예 정통 비서학원을 차린 것.
행사가 집중되는 봄 가을철이면 박사장은 유난히 바쁘다. 휴먼탱크가 소개한 18명의 도우미들은 지난달 23일부터 9일동안 서울모터쇼 폴크스바겐관 등에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박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