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학계대표들은 『은행의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는데 있어 재벌지배주주가 있고 없는 것은 별 연관성이 없다』며 현재와 같은 제한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계대표들은 『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재벌그룹이 은행을 실질적으로 소유하도록 지분한도를 크게 높이고 그 대신 부작용을 방지할 장치를 마련하자』고 맞섰다.
금개위는 현행 은행소유지분한도를 유지하더라도 은행을 포함한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은 가능하다고 판단,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을 원칙적으로 허용키로 의견을 모았다.
또 금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은행과 상호신용금고는 자기자본비율 △종금사는 증권사처럼 유동자산비율을 각각 5, 6단계로 분류해 일정비율 아래로 떨어지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자동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조기(早期)시정조치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단계별 시정조치 기준에 따라 △임원진 교체요구 △합병권고 △인가취소 등 강도높은 조치를 의무적으로 시행토록 한다는 것으로 금융기관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금개위는 오는 16일까지 세차례 전체회의를 더 열어 재벌의 은행소유문제 등 중장기개혁 추진과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한 뒤 23일경 보고서를 완결, 이달말이나 내달초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윤희상기자〉
▼ 재경원 입장
은행소유문제는 금융산업개편의 본질적 문제여서 쾌도난마식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주인 찾기론」과 「재벌 사금고론」도 다 일리가 있는 주장들이다. 실제로 외국에서도 1인지분 한도를 제한하는 게 상례다.
현재로선 비상임이사를 중심으로 구성한 이사회가 책임경영을 맡도록 개선해 나가는 게 시급하다. 이와 함께 은행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金振杓(김진표 재경원 금융보험심의관)
▼ 은행소유지분 확대 찬성
은행이 책임경영체제를 마련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영혁신을 주도할 「주인」이 있어야 한다.
은행에 주인이 없기 때문에 관치금융으로 병들고 생산성이 떨어지며 본연의 금융중개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99년부터 본격 시작될 외국은행과의 싸움은 우리측에 승산이 없다. 국내 금융업계가 외국은행에 잠식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일부 후발은행에서 볼 수 있듯이 주인있는 은행은 철저한 심사를 통해 대출을 집행, 부실대출이 별로 없다.
은행의 사금고화 주장은 동일인여신한도 규제를 엄격히 시행하고 은행감독기능을 강화할 경우 설득력이 없다.
梁世暎(양세영 전경련금융재정실팀장)
▼ 은행소유지분 확대 반대
재벌의 은행지배가 허용되면 금융기관은 공적(公的)기구에서 사(私)금고로 전락, 경제력 집중에 따른 폐해는 더욱 커진다. 은행은 국민의 재산증식과 건전한 산업자본형성 등 공공성이 매우 큰 기관이다. 이런 은행을 기업이 소유, 문어발식 확장에 이용하면 한국경제의 균형적인 성장은 기약할 수 없게 된다.
기업이란 부침(浮沈)이 있게 마련이다. 자금난 등 어려운 상황에 빠진 기업이 자회사로 둔 은행으로부터 마구 자금을 끌어쓰면 은행도 부도위기에 몰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본적인 신용질서는 물론 금융시장질서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 국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