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돌팔매로 골리앗을 물리쳤듯 독창적인 기술력 하나로 틈새시장을 비집고 대기업과 승부하는 중견통신업체들. 작고 기능이 다양한 삐삐 단말기로 기업을 일으켜 휴대전화 시장에 도전하는 스탠더드텔레콤과 팬택, 무선호출기 휴대전화 등 통신기기에 들어가는 핵심칩을 개발해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C&S테크놀로지. 이들은 『한국 통신산업의 미래는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 팬택 ▼
무선호출기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정보통신업계의 히어로가 된 ㈜팬택(대표 朴炳燁·박병엽)은 더이상 삐삐로 승부하는 벤처기업이 아니다.
팬택은 창업 6년만에 매출액 1천억원을 넘보며 일본과 유럽에 PHS단말기 G
SM단말기 등 지역식 아날로그이동전화기까지 수출, 중견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오늘의 팬택을 있게 한 밑거름은 「끊임없는 신기술개발」이다. 91년 창업 후 정보통신부의 제조업경쟁력 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지원된 「한글표시기능 페이저개발사업」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어로 된 문자호출기 광역무선호출기 고속무선호출기 등을 줄줄이 개발해냈다.
그 결과 지난 94년 5백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한데 이어 이듬해 1천만달러 수출탑 및 산업포장을 받았다. 동남아시장에서는 모토롤라에 이어 30%에 이르는 시장점유율을 나타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와 함께 간이TRS를 비롯한 산업용 무전기 제조기술을 확보, 영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수출선을 확장했다.
유능한 연구인력의 확보는 기술력의 관건이었다. 그는 「이 사람이다」싶으면 맨투맨식 설득작전도 서슴지 않았다. 이처럼 모은 핵심인력들이 최근 개발한 FL
EX방식의 고속무선호출기는 회사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줬다.
데이터통신까지 가능한 첨단무선호출기를 다음달부터 오는 9월까지 내수용으로만 70만대(4백50억원 상당) 공급키로 계약을 마친 상태.
박사장은 무선호출기가 한창 잘 팔려나가던 지난 93년 이미 PCS단말기 개발에 착수했다. 「한 시절 좋은 아이템을 잡아 반짝했다고 성공한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찍이 씨앗을 뿌린 탓에 팬택은 오는 10월경 PCS서비스 개시에 발맞춰 단말기를 시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이 회사는 미국의 원천기술제공업체인 퀄콤사와 협상이 타결되는대로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경영실적을 인정받은 팬택은 다음달 증권관리위원회의 심의와 일반공모주청약을 거친 뒤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다.
코스닥시장에서 팬택의 주식은 공모가보다 75% 가량 높게 거래되고 있다.〈金泓中기자〉
▼ C&S테크놀로지 ▼
임직원 40명의 벤처기업 「C&S 테크놀로지」.
창업 4년이 채 안된 「애송이」지만 독창적인 기술력으로 무장한 이곳을 빼고 우리나라 정보통신을 말하는 것은 난센스다.
호출기와 휴대전화 등의 이동통신기기와 서비스 장비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을 통제하는 초소형 컴퓨터인 반도체칩이 꼭 있어야 한다.
이 칩 제작에는 △칩에 어떤 기능을 넣을 것인가를 연구하는 기획자 △그 기능에 따라 칩을 만드는 설계 제작자 △만들어진 칩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함께 참여한다.
기획자는 연구기관 대기업의 연구원과 대학 교수들, 사용자는 단말기 제조업체나 이동통신 사업자들. C&S테크놀로지는 설계 제작을 주로 하면서 연구 기획도 병행하는 역할이다.
C&S테크놀로지의 제품을 사용하는 업체는 데이콤 태일정밀 효성컴퓨터 등 국내 10여개사와 싱가포르 중국 대만의 단말기 업체들. 창업때부터 기술 하나로 거래를 튼 단골들이다.
『아직은 국내위주로 제품과 기술을 공급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전세계 칩 시장을 장악하겠다』고 기염을 토하는 徐昇模(서승모·38)사장. 그의 말은 단순히 허풍이 아닌 기술력에서 나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C&S테크놀로지는 세계 최초로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CDMA)칩을 개발했고 지난해에는 호출기에 들어가는 4개 칩의 기능을 한개에 모으는 데 성공했다. 국내 최초로 화상전화용 칩도 개발했다.
퀄콤이나 AT&T같은 공룡과 맞붙을 자신도 생겼다. 「세계대전」을 위해 마케팅 연구인력을 보강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중.
C&S테크놀로지 40명 직원은 벤처기업에 투자를 꺼리는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우리를 보라』고 말한다.
〈나성엽 기자〉
▼ 스탠더드 텔레콤 ▼
요즘이야 「텔레콤」이란 말이 들어가는 기업이 수두룩하지만 지난 92년 ㈜스탠더드텔레콤(대표 林寧植·임영식)이 설립될 당시만 해도 이런 이름의 회사는 별로 없었다.
자본금 2억원으로 출발, 「컴팩」 「닉소」로 이어진 소형무선호출기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94년 2백80억원, 96년 5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임사장은 고속성장의 비결로 무선호출기의 핵심칩을 자체개발한 기술력을 들었다. 칩을 수입해서 쓰면 당장 생산단가가 낮아질지는 모르나 소형삐삐를 자체개발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
스탠더드텔레콤은 설립 당시부터 시판건전지 중 가장 작은 AAA 알칼라인 건전지를 넣을 수 있는 무선호출기를 처음으로 개발,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듬해에는 9백㎒ 무선전화기와 가정용 홈팩스 등 가정용통신기기도 출시했으며 5백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스탠더드텔레콤은 지난해 1천만달러수출을 돌파, 통신기기업계에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지난 94년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자체연구소를 설립, 선진기술습득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판매법인 스탠더드텔레콤아메리카와 연구법인 스탠더드텔레콤산타클라라 등 2개의 현지법인을 갖고 있다.
스탠더드텔레콤은 주요 연구인력에 대해 미국식 연봉제를 도입, 우수한 인력에 대해서는 대기업에 못지 않은 보수를 보장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스톡옵션제까지 실시하고 있다.
매출액의 15%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쓰는 것도 이 회사의 강점.
최근엔 사업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화승그룹의 화승전자를 인수해 고속팩스와 위치확인시스템(GPS), 광대역통신망(ISDN)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어 지난달에는 대웅제약과 컨소시엄을 구성, 성남지역 유선방송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이와 함께 유럽식 GSM 이동전화의 개발을 다음달 완료, 해외시장에 본격진출하며 PCS단말기 생산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등 시장변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