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진주햄의 「인력품앗이」…여유근로자 상대사 파견

  • 입력 1997년 5월 19일 08시 08분


빙과공장과 소시지공장이 이웃간인 어느 마을. 빙과류는 5월부터 9월까지의 여름철이 성수기. 반대로 소시지는 이 기간이 비수기. 이 때만 되면 소시지 업체 직원들은 「겨울철 농부」처럼 한가해진다. 「일이 별로 없는 소시지회사 인력을 임시로 빌려다 쓸 수는 없을까」. 빙과회사가 여름철만 되면 품었던 생각. 결국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인력 품앗이」가 국내에서 처음 성사됐다. 빙과류를 주력상품으로 하는 빙그레와 소시지 전문회사인 진주햄은 최근 비성수기에 자사의 인력을 상대방 회사에 「빌려주기로」 합의했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유통업계의 공동구매 등 기업체간 제휴가 한창 유행이지만 이렇게 인력까지 빌려주는 것은 처음이다. 빙그레가 충남 논산에 아이스크림 공장을 가동한 것은 지난 95년. 그동안 분주한 여름철이 되면 경기 광주군에 있는 자사 라면공장의 인력을 끌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광주공장이 기존 라면 스낵 외에 발효유와 우유라인을 새로 깔면서 여름철에도 바쁜 공장이 돼버렸다. 「계절별이동전략」이힘들어진것. 신규인력채용이 부담스러웠던 빙그레측은 주변에 있는 진주햄공장으로 눈을 돌렸다. 빙그레 공장에서 차로 불과 2, 3분 거리. 인사담당자가 진주햄을 찾아가 인력 품앗이를 제안했다. 여름철에는 인력과잉이었던 진주햄측으로서도 반가운 제안이었다. 진주햄은 자사 인력 수십명을 빙그레 논산공장 아이스크림 현장으로 보내기로 합의했다. 「대여 인력」은 주로 현장직 근로자들. 이들도 비수기가 없이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어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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