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부도 「도미노현상」…계열사 「거미줄 빚보증」

  • 입력 1997년 5월 19일 20시 47분


재벌공화국 전선에 부도도미노현상이 닥쳤다. 올들어 한보 삼미그룹의 부도여파로 국내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진로 대농그룹이 사실상의 부도상태에 빠져 재벌중심의 경제구도가 한계에 직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특히 금융계는 최근 부도가 철강 건설 섬유 유통 등 업종을 가리지않고 무차별적으로 발생하는 점을 중시, 신규대출을 줄이면서 기존 여신을 회수하는 등 「신용공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작년이후 불황이 깊어지면서 재벌의 선단식 경영과 외형위주의 성장전략은 더이상 먹혀들지 않았다. 경기침체로 자금회전이 막힌 가운데 불어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쓰러지기 일쑤였으며 자금조달의 보루였던 부동산은 팔리지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해 흑자도산을 낳았다. 「흔들리는 재벌」의 원인은 재벌계열사들이 상호 빚보증과 내부거래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다는 점. 주력기업을 중심으로 서로 빚보증을 서면서 자금을 조달,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늘려왔지만 경기가 침체국면에 들어가 일부 계열사가 부실해지자 도미노현상처럼 그룹 전체의 부도로 이어지는 패턴이 되풀이됐다. 은행 차입금도 재무구조 개선이나 기술개발보다는 그룹의 덩치를 키우는데 투입돼 탄력적인 경기대응 능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불황기엔 생산조정을 통해 스스로 감량경영을 해야하는데 덩치가 워낙 커 구조조정의 기회조차 잡지못한 것이다. 족벌경영은 경영의 전문성을 결정적으로 해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한몸인 상태에서는 재벌총수가 독단적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한보 삼미 진로 대농 등 부실그룹의 멍에를 쓴 재벌들이 하나같이 2세회장이 이끌어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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