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증, 팍팍한 인간관계 등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라면 집에서 일하며 월급을 받는 재택(在宅)근무에 대해 한번쯤 소망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육아와 가사를 떠안고 있는 여성 근로자들에겐 재택근무야말로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최선의 조건인 것처럼 보인다.
대우중공업에서 배를 만드는 선체 설계기술팀 李美淑(이미숙·29)씨는 그런 점에서 여러모로 주위의 부러움을 산다.
대우중공업이 배출한 재택근무 1호인 그녀에게는 근무시간이 따로 없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사내커플로 만난 남편을 출근시키고 설거지 청소 등 간단한 아침 일을 마치면 8시. 갓 돌이 지난 아들을 옆에 뉘어놓고 컴퓨터를 켠다.
그녀의 컴퓨터는 선박건조 현장과 연결돼 있다. 선박설계도면과 각종 철판모형이 컴퓨터 화면에 뜨면 그녀의 일이 시작된다. 일일이 번호가 매겨진 철판모형을 선박의 어느 부위에 갖다 붙여야 할지 작업지시를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난 87년 입사이후 7년간 해오던 일이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던 남편과 결혼을 결심하면서 그녀는 직장과 가정의 병행문제를 놓고 고민하다 아이를 낳고 사표를 썼다.
『많이 망설였어요. 경력이 아깝기도 하고 나중에 일하고 싶을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그런데 뜻밖에 회사에서 재택근무 제의가 들어온 거예요』
재택근무자들은 집안일과 회사일이 구분이 안가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다. 이씨는 『아직까지는 일부담이 크지 않아 경력도 살리고 가계도 도와 일석이조 효과가 크다』며 『아이가 엄마손을 덜 필요로 할 때쯤 본격적으로 설계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허문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