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단속소식에 정보담당자들은 예정돼 있던 정례회의를 잇따라 취소하고 「잠수」했다. 사무실에 혹시 남아있을 지도 모르는 「물증」들도 죄다 없앴다.
한 증권사 정보맨은 『지난 2월 한보 부도때 당국이 「악성루머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며 『단속이 펼쳐지면 더욱 은밀한 정보가 오간다』고 말했다.
증권가 루머에는 권력층 주변의 감춰진 이야기가 공개되는 등 가끔 「말썽」이 되기도 한다. 이번에 당국이 단속대상으로 삼은 것은 고의적인 음해성 기업 자금악화설.
기업을 직접 상대하는 사채시장 또는 은행 등 금융권에서 흘러나온 정보가 부풀려진 것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대출을 받아 임금을 줬다』는 기업 경리부장의 말이 『월급주기도 힘들다더라』는 루머로 둔갑하기도 한다.
라이벌 기업을 「음해하려는」 재계의 거짓 정보도 있다. 자금악화설에 시달리다 못해 N, J 등 일부 기업은 자체 단속반을 편성해 증권가를 누비기도 했다. 최근엔 유료 증권정보회사의 자동응답전화서비스(ARS)도 루머를 만들어 내는데 한 몫 하고 있다.
「수요회」 「목요회」 등 증권사 정보담당자 회의에서 루머가 엉뚱하게 확대 재생산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의 모임은 철저히 「기브 앤드 테이크」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풀어놓을 정보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내놓아야 하기 때문.
이 자리에는 재벌그룹 안기부 경찰 등의 정보담당자들이 동석하기도 한다는 게 정보맨들의 얘기. 다음날 아침 직속 상관의 책상머리에 「따끈따끈한」 고급 정보를 풀어놓기 위해서다. 일단 생산된 정보의 유포는 대부분 증권사 정보담당자들이 맡는다.
<정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