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與단일후보시절이 좋았지』…『누구에게 줄대나』고심

  • 입력 1997년 6월 6일 20시 17분


『용(龍)이 하도 많아서 어느 용에 줄을 대야 할지 모르겠어요』 요즘 기업들이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는 문제중 하나다. 지난 92년 선거때만해도 여당후보가 단일화돼 기업들은 「앞뒤 잴 필요가 없어 편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항간에는 「S그룹이 대쪽(李會昌·이회창 신한국당대표)을 선택했다」「잠룡(李壽成·이수성 신한국당고문)에 선을 대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모그룹이 모 주자에게 3억원을 가져갔다가 망신만 당하고 돌아왔다」는 등 여당 후보와 기업들을 둘러싸고 확인 안된 소문들이 무성하다. 여당 후보가 확실해지지 않은 마당이어서 기업들도 한편으로는 몸을 사린다. 재벌들은 각 후보 진영에서 자금지원을 요청해도 대부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30대그룹의 임원은 『엉뚱한 쪽을 잘못 지원했다가 나중에 어떤 곤욕을 치를지 모르는 판에 어떻게 선뜻 돈을 내겠느냐』고 말했다. 대부분의 재벌그룹들은 요즘 정보수집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한 5대 그룹의 정보담당자는 현재 기업들이 겪고 있는 선택의 어려움을 『뚜렷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증시 뭉칫돈과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한 10대 그룹의 임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추진하고 있는 정치자금 제공금지운동과 관련,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며 『어차피 현재의 선거풍토로는 돈이 많이 들어가게 돼 있는데 재벌 이외에 누가 그 많은 돈을 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나 『주요그룹 총수들이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뒤끝인데다 불경기로 인한 자금난 때문에 과거처럼 엄청난 규모의 정치자금을 제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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