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한국인」 이종문 암백스벤처그룹회장은 『벤처기업 육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했다.
미래의 성장을 주도할 분야로 벤처산업이 부상하면서 세계 각국이 이의 육성을 위해 뜨겁게 경쟁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대만의 신죽과학공업단지와 남강산업단지, 「중동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이스라엘의 하이파, 싱가포르 전체를 인공지능화하는 IT2000계획, 인도의 방갈로 소프트웨어산업단지, 말레이시아의 MSC사업 등 개도국들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도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제안하고 코스닥시장 벤처창업자금 신기술복덕방 등 관련제도와 정책들을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인천 송도신도시에는 정보통신산업의 메카가 될 미디어밸리 단지를 건설한다. 이제 우리에게도 벤처기업들의 싹이 돋아날 수 있는 토양이 완비된 셈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과제는 이 싹들을 큰 나무로키워내는일이다.그러자면 벤처마케팅과 벤처문화를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아이디어와 자본의 만남이 바로 벤처산업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수한 경영과 마케팅이 성공과 성장에 더욱 중요한 열쇠가 된다.
미국에서조차 초기에 잠시 반짝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벤처기업들이 많다. 대부분 기술적 자만에 빠져 고객지향적 마케팅 측면을 경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처기업의 마케팅을 위해 내수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 개척에까지 관심을 갖고 수출산업으로 자리잡도록 지원해야 한다.
벤처기업의 도산과 실패에 대한 시각도 변해야 한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분명 「투자」이지 대출이 아니다. 벤처기업 투자의 매력은 높은 수익률에 있는만큼 실패할 확률도 크다. 지난 6년간 벤처기업 실패율은 미국이 40%, 이스라엘이 42%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실패한다 해도 사회 전체에 기술과 경험의 축적이라는 반대급부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이해한다면 왕성한 창업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벤처기업의 육성은 학교교육에서 시작돼야 한다. 2차대전 후 기술적 재능을 가진 두뇌가 몰려 있던 곳은 실리콘밸리 지역의 스탠퍼드대뿐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미국 동부에는 보다 우수한 대학과 연구시설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유독 실리콘밸리가 벤처산업의 메카로 번창한 배경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한껏 북돋워준 독특한 교육풍토에 있다.
벤처산업의 자원은 사람이다. 벤처산업이야말로 부존자원 없는 척박한 땅에서 오로지 우수한 두뇌와 근면성만으로 오늘의 경제를 이룩한 우리에게 지극히 적합한 분야다. 고부가가치 기술집약적 벤처기업들이 우리 경제와 수출의 주역으로 자리잡아 21세기 초일류 선진국가의 꿈을 앞당길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벤처산업 육성과 벤처문화 창달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김은상<대한무역투자 진흥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