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내용은 동시에 해외관리부 섬유경공업사업부 등에도 흘러 들어갔다. 섬유경공업사업부는 원면판촉에 애를 먹고 있는 우즈베크 지사에 TOPS를 통해 범부사장의 전문내용을 보내 가격 물량 등 타당성 여부를 확인하도록 지시했다. TOPS가 없었다면 시차 때문에라도 적어도 하루 이상 걸렸던 해외사업장간 정보교류는 이제 길어야 두세시간이면 가능해졌다.
대우그룹이 지난 1월 전세계 5백여개의 대우사업장을 연결시킨 TOPS는 25개 계열사내에 깔려 있는 기존 근거리통신망(LAN)을 인트라넷 개념을 도입해 이어놓은 일종의 광역정보통신망(WAN). 전용선은 물론 인터넷 일반전화선까지 이용할 수 있어 지구촌 어느 곳에서든 본부 TOPS 서버에 접속할 수 있다.
그룹관계자들은 『평소 담당자를 불러놓고 직접 사업을 챙겨온 金宇中(김우중)회장이 아직 TOPS를 100% 활용하고 있지 않지만 김회장의 노트북컴퓨터 내에 사실상 서울의 회장실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 1년중 2백80여일을 해외에서 보내는 김회장이 어디서나 서울 집무실에서처럼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TOPS는 특히 인터넷 기반시설이 취약한 우즈베크 미얀마 리비아 등 개도국지역에서도 항공사 공용통신망(SITA)과 접속할 수 있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미주 및 동유럽지역의 대우사업장에서는 멀리 서울본부의 TOPS서버에 접속하지 않고도 미국 뉴저지와 폴란드 바르샤바에 각각 설치된 원격지서버(미러사이트)를 통해 빠른 시간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金亨澈(김형철)비서실 전산부차장은 『현재 개도국에서 영상정보를 받아보는 데 30초∼1분이 소요된다』며 『모든 형태의 정보를 10초 이내에 받아보게 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대우 강사장과 梁在信(양재신)대우자동차사장 등 계열사 임원들은 요즘 출근과 동시에 컴퓨터 모니터에 떠있는 TOPS 홈페이지를 보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지난 16일 중국 산동성에서 열린 시멘트공장 준공식에도 尹永錫(윤영석)그룹총괄부회장 등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비서실에선 조편성 등 몇가지 출장점검 사항만 알림판에 띄운 것으로 업무를 끝냈다. TOPS 가동 전엔 비서실 직원들이 며칠씩 팩스와 전화통에 매달리며 일정을 체크하고 조정해야 했다.
정보화 덕택에 그룹 상층부의 업무패턴은 조용하지만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전산실 김차장은 『올해말 직원용 통신망까지 가동돼 TOPS와 연결되면 그룹이 표방한 「제2관리혁명」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내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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