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법은 일정규모 이상의 위험물탱크에 대해 5년에 1회 누설 점검, 10년에 1회 구조안전 점검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데 토양환경보전법도 2만ℓ 이상의 지하 저장시설에 대해 매년 1회 토양오염도 및 누출검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불합리한 이중규제는 위험물 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기관으로 일원화해 국민 부담을 완화해야 마땅하다.
현재 독극물 안전관리는 환경부서가, 위험물 안전관리는 소방기관이 각각 맡고 있다. 그런데 매년 실시하는 토양오염도 검사는 사실상 불필요한 제도다.
지하에 매설된 위험물탱크의 완벽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콘크리트 조실이나 이중벽 탱크구조로 하고 사면에 누설점검관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더구나 소방기관에서 연2회 실시하는 정기점검시 누유검사추에 약품처리를 하면 누출 여부가 간단히 확인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양오염도 검사는 설치된 지하 저장탱크가 아무리 많아도 1개 탱크로부터 1m 떨어진 부분에서 탱크 바닥면보다 1.5m 깊은 1∼3개소로부터만 시료를 채취해 검사하도록 하는 등 형식에 흘러 신뢰성을 확보하기도 힘들다. 채취하지 않은 다른 탱크의 누출 여부가 확인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맥의 원리상 물과 기름은 반드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필요하게 땅을 파헤쳐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이유는 없다.
선진국에서도 토양오염도 검사는 누출검사 결과 오염이 확인된 경우 일정 깊이로 여러곳을 굴착해 시행하고 있다. 누설되기도 전에 토양오염도 검사 및 누설검사를 해마다 동시 실시하는 것은 민원인의 불편과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결코 국민을 위한 행정이라 할 수 없다.
더구나 위험물탱크의 내부 철판은 부식 등으로 녹슬어 얇아지거나 스케일이 생기고 용접부에 결함이 생기는 등 노후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토양오염도 검사나 누설 검사로는 이같은 구조적 안전성은 확인할 길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오염검사 항목이 벤젠 톨루엔 크실렌 에틸벤젠 등 인체에 유해한 방향족 탄화수소로 한정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렇게 해서는 등유 경유류 및 중유 등 인체에 해가 덜한 고급 탄화수소의 누출로 인한 직 간접 피해는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잦은 토양굴착에 따른 시설의 손상과 설비의 수명단축 그리고 점검에 따른 영업의 지장 등 경제적 부담과 불편도 크다.
김국래 <서울소방본부 예방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