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은 지난달 서울 압구정 본점의 식품 창고를 여직원 휴게실로 개조했다. 재고량이 크게 줄어들어 여유공간이 생겼기 때문. 하루종일 서서 근무하느라 다리가 퉁퉁 붓기 일쑤인 여직원들이 이를 반겼음은 물론이다.
이 여직원 휴게실은 이 백화점이 지난달부터 본격가동한 「자동발주 시스템」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수도권 4개 점포의 식품매장에서 공산품을 대상으로 실시중인 이 시스템은 재고량 산출과 발주를 전산자동화한 것.
식품매장의 5천여가지 품목은 매일 판매량에 의해 재고량이 자동집계되고 발주량은 재고량을 토대로 자동으로 산출된다. 발주량은 요일과 계절 등 각종 변수까지 감안해 나오게 돼 있다.
이렇게 계산된 발주량은 물류회사인 한국물류 서버로 모인다. 여기서 다시 부가가치통신망(VAN)을 통해 각 협력업체로 주문이 입력되면 납품업체는 이를 받아 물류센터로 입고한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과정에 전화나 전표가 끼여들 여지는 전혀 없다. 현대는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작년 5월부터 1년여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유통업에서 가장 낙후된 것이 바로 재고 발주 분야입니다. 그러다보니 이 분야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가 없어 자력으로만 해결해야 했습니다』(崔明福·최명복 전산실 차장)
고생끝에 얻어낸 자동발주는 그만큼 위력을 발휘했다. 먼저 백화점은 창고보관기간을 7일에서 4일로 줄였다. 금액으로는 8억∼10억원에서 2억3천만원선으로 떨어져 연간 1억5천만원의 비용이 절감됐다. 판매원들은 재고파악업무에서 「해방」됐다. 협력업체들도 한국물류만을 상대하면 돼 일손을 많이 덜었고 수요량 예측도 가능하다. 현대는 이 성과에 고무돼 화장품 피혁류 액세서리 등도 다음달에 자동발주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는 이달초 백화점 사장과 협력업체간에 인트라넷도 개설했다. 「위드라인(With Line)」이라는 이름의 이 시스템은 인터넷 쌍방 비밀통신으로 협력업체들이 사장에게 건의, 시정사항을 직접전달하거나 비리고발 등을 하는 일종의 「핫라인」. 현대는 또 95년부터 「고객과의 약속」을 전산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고객조사결과 「직원들이 깜빡 잊어버리는 등 약속을 안 지킬 때 가장 불만스럽다」는 지적이 나와 시작한 작업이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