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대농 기아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부도유예협약 대상으로 지정됨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집단 부실화가 우려된다.
특히 이들의 주거래은행을 맡다가 대규모 부실채권을 떠안은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한국은행을 통한 저리(低利)의 특별융자를 기대할 만큼 부실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부도유예협약 대상으로 지정된 3개 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순여신 규모는 △진로 3조8백44억원 △대농 1조3천5백30억원 △기아 9조4천3백60억원 등 모두 13조8천7백34억원에 이른다.
금융권의 피해규모는 부도유예협약으로 연명하는 기업의 운명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 있으나 정상화할 경우에도 피해가 적지않다.
진로그룹은 정상화를 위해 3개월 이상의 추가 채권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고 다음달 27일 1차채권유예기간이 끝나는 대농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금융기관들은 묶여 있는 대출금에서 나와야 할 1조원이 넘는 연간 이자수입 중 상당부분을 못받게 된다. 더구나 이들 기업에 추가자금을 지원해야 해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
이들 기업을 지금 부도처리하면 엄청난 규모의 부실채권을 당장 떠안게 돼 한보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금융기관들로서는 더 감당키 힘든 일이다. 은행의 신용도 하락에 따른 해외차입금리의 상승도 적지않아 은행의 손실요인은 안팎으로 늘어나는 처지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