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직장인들 사이에 「대선후보 알아 맞히기 내기」가 한창이다. 적게는 1만원에서부터 많게는 5만∼6만원까지. 마음에 둔 후보에게 과감히 베팅한다. 일곱 후보간의 이전투구가 도를 넘을수록 내기 열기는 오히려 뜨겁다.
S산업에 다니는 L씨(30)는 얼마전 모후보가 1위, 자신이 좋아하는 또다른 후보가 2위를 차지하는데 4만원을 걸었다. 2위로 「찍은」 후보가 내심으론 최종후보이기를 바라면서 언론에 보도되는 이런저런 지지율조사를 빠뜨리지 않고 본다.
H산업 직원 H씨(29)는 『얼마전까지는 최종 후보가 누구냐를 두고 돈을 걸다가 최근에는 하위를 누가 어떤 순으로 차지할 것이냐로 관심이 옮아갔다』고 전한다.
선두그룹이 가시화됨에 따라 재빠른 「내기꾼」들이 특정후보에 몰표를 던져 내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안개속에 가려진 4위에서 7위까지가 이들의 베팅에 재미를 더해준다.
후보선정을 둘러싼 이같은 내기는 정치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 아니라 삶의 무료함을 이기지 못한 자구책이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줄기차게 전개될 후보간의 합종연횡은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
이에 따라 경마의 1등말을 알아맞히는 단승식(單勝式)과 1,2등 말을 맞히는 복승식(複勝式)처럼 1등과 2등, 나머지주자들의 합종연횡에 내기를 거는그룹도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柳錫春(유석춘)교수는 『내기 자체를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만큼 여당의 후보경선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경선의 일촉즉발 양상은 그 과정이 어느 정도 민주적임을 오히려 입증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