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과 채권은행단이 경영권 포기와 아시아자동차 매각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채권은행단은 1천6백억원 긴급지원을 결정하면서 경영권포기각서 제출과 아시아자동차 매각 등을 단서로 제시했으나 기아측은 수용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기아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의 퇴진은 비효율적일 뿐』이라며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도 현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시아자동차의 경우 법인과 생산설비를 제외한 공장부지만 매각하겠다는 입장.
이에 대해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측은 『기아가 내놓은 자구계획에는 뼈를 깎는 아픔을 무릅쓰고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지 않다』며 『한마디로 말해 「국민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시중의 동정심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일은행측은 『채권은행단은 끝까지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도 기아의 자구책이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아가 진정으로 자구책을 펴겠다면 아시아자동차 등 매각이 실제로 가능한 업체를 내놓아야 한다』며 『기아가 팔기로 결정한 기아특수강 등은 관련업계의 불황을 감안할 때 사실상 매각이 불가능한 업체』라고 말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尹建永(윤건영)교수도 『기아그룹은 감원과 부동산매각 등 각종 자구책을 진작 폈어야 했다』며 『국민기업이라는 명분 아래 부실기업을 온정주의로만 대하는 것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문명·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