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폐폭락사태를 겪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일부 국가들이 이번 외환위기의 배후인물로 국제 금융계의 거물인 미국의 조지 소로스(67)를 지목,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태국 영자신문 「더 네이션」이 바트화 폭락사태의 주범으로 소로스를 지목한데 이어 22일에는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그를 『ASEAN을 파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고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
말레이시아 신문 「더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이날 일본 오카야마시에서 가진 회견에서 소로스를 겨냥, 『최근 ASEAN 국가 외환위기의 배후에는 한 사람의 막강한 국제자본가가 있다』고 밝혔다.
마하티르 총리는 소로스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그가)부국인 영국의 파운드화를 공략하길 원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우리같은 빈국을 공격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문제의 국제자본가가 소로스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밖에도 마하티르총리는 『그 국제자본가는 어떤 재단의 후원자』라면서 『특히 그의 동기는 환투기를 통한 돈벌이가 아닌 미얀마를 회원으로 받아들인 ASEAN에 대한 일종의 정치적 「복수」』라고 덧붙였다.
소로스는 현재 미얀마와 동구권등의 민주화를 위해 한해 3억달러(약2천7백억원)씩을 쓰는 「오픈 소사이어티」재단을 운영중이며 특히 미얀마의 ASEAN가입을 극력 반대해 왔다. 물론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 몰아닥친 최근의 환율폭락사태는 이들 국가들의 기자재 수입증가에 따른 외환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시작때부터 소로스의 개입소문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국제금융계 일각에서는 소로스가 돈만 벌던 과거 행태에서 벗어나 20세기 초 거대자본을 동원, 국제정치를 배후에서 조종한 유럽은행가 로스 차일드를 닮아가려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소로스는 현재 자신의 「퀀텀재단」을 이용, 70억달러의 핫 머니(단기투자자금)를 동원할 수 있으며 92년 영국 파운드화 사태 당시 환투기로 유럽금융계에 일대 혼란을 초래했으며 이 와중에서 1주일만에 무려 10억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국제금융계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윤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