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스페이스」 「버추얼 리얼리티」 「디지털」 「비트」….
우리가 만지고 느끼고 듣는 사회와는 또 다른 정보화 시대의 알쏭달쏭한 각종 용어들.
요즘 가장 각광받는 「사이버 스페이스」란 말은 미국출신의 공상과학소설가 윌리엄 깁슨이 지난 84년 선보인 소설 「뉴로맨서」에 처음 등장했다.
이 말은 원래 인공두뇌학을 의미하는 사이버네틱스와 공간을 뜻하는 스페이스의 합성어. 인간의 신경조직과 컴퓨터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신세계를 그린 그의 소설은 이미 공상이 아닌 현실로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인터넷 바람과 함께 「사이버」란 말이 정보화의 다양한 현상을 통칭하는 일반어가 됐다.
사이버쇼핑몰 사이버서점 사이버대학 사이버컬처 사이버뮤직 사이버가수 사이버미인 등등. 심지어 신세대를 겨냥한 화장품에도 「사이버21」 「DN(다운로드)」, 음료수에도 「아이콘」같은 컴퓨터 용어가 브랜드로 붙어 다닌다.
인터넷이나 PC통신을 일컫는 「사이버스페이스」는 흔히 가상(假想)공간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정확한 뜻일까.
서울대 탁승호박사(IC카드연구센터장)는 『사이버스페이스는 허깨비같은 상상의 공간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사이버스페이스는 현실 세계를 확장한, 그래서 인간에게 새로운 경험과 편의성을 더해주는 더 넓은 실제 공간이다.
『단지 우리가 살아온 세계와 달리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활동할 수 있는 곳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그는 정의한다.
디지털이란 말도 이점에선 비슷하다. 0과 1로 표현되는 공학적인 신호체계의 의미를 뛰어넘어 요즘엔 정보시대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상징어로 더 자주 쓰인다.
더욱 심각한 오해를 낳고 있는 대표적인 용어로는 흔히 「가상(假想)현실」이라고 번역되는 「버추얼 리얼리티(VR)」가 있다. 컴퓨터의 첨단기술을 동원해 인간의 오감을 창조하는 것이 VR이기 때문에 현실과 완전히 대칭적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 「가상 현실」이란 말은 뜻이 전혀 다르다. 일본어 번역을 그대로 본뜬 탓에 원래의 의미를 훼손했다.
탁박사는 『VR는 비행조종 시뮬레이션(모의비행) 연습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현실감 또는 인공현실감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VR게임이나 사이버섹스도 보고 듣고 느끼는 현실감을 컴퓨터 기술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우리가 쓰고 있는 정보통신 용어 가운데 원래 의미가 변질된 것이 많다』며 『정보화 시대를 제대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정보통신 용어부터 제대로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종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