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5년이나 10년 가지고는 안된다. 한국은 지난 40년간 앞에 있는 일본만 보고 달리다가 오히려 자장면(중국을 지칭)에 포위돼버렸다. 이제 뒤도 돌아보고 옆도 쳐다보면서 뛰어야 한다』
28년째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우리 경제를 지켜본 일본 상사맨의 말.
일본 7대 종합상사에 드는 도멘상사의 모모세 다다시(百瀨格·59)서울지점장은 30일 국내에서 출판될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따라잡는 18가지 이유」라는 책에서 이같이 꼬집었다.
그는 우선 최근의 경제위기에 대해 정부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뉴스」를 알면 예측을 해서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뉴스」를 제대로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니까 문제가 생겼다』
그는 『정부가 파일럿 역할만 잘하면 한국경제에 문제가 없다』고 썼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자동차산업 구조조정문제와 관련, 『민간기업의 자율적인 경쟁과 협력, 조정에 맡겨두는 것이 민간주도 경제는 아니다』며 『정부가 관리하는 인수합병(M&A)을 투명한 논의과정을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에 정말 중소기업 육성 의지가 있다면 5년동안 중소기업청 국과장을 바꾸지말아야 한다. 대통령은 바꾸더라도』라며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기업에 대해서도 많은 말을 했다.
삼성에 대해서는 『자동차산업에 관한 관심과 열의가 있다면 좁은 한국시장을 고수할 게 아니라 합작투자를 하든, 합작회사를 차리든 일본으로 들어갔어야 했다』고 「이색적인 주장」을 폈다.
현대의 제철소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합리적인 조정을 이뤄내야할 일』이라며 『만약 현대제철소가 생긴다면 현대그룹의 공언대로 그룹 자체 철강수요와 해외수출용으로 생산할 것이 아니라 포항제철의 기존 거래처에도 팔아야 한국경제 전체에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일본이 경쟁력이 떨어졌을 때 미국이 아닌다른시장에 가서 일본제품의 수준을 그 시장에 맞추었다면 오늘날 소니나 도요타는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한국상품이 일본에서 안팔리는 것은 결국 연구가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모모세는 지난 68년 서울에 온 뒤 포항제철 건설현장에서 12년간 근무했으며 81년 대한민국 산업포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한국경제에 대해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은 한국인의 저력을 믿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한국인이 되고 싶어하는 일본인」이라고 밝혔다.
〈백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