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노조,「개혁案」조건부 수용…하루만에 또 번복

  • 입력 1997년 7월 29일 20시 25분


회사측의 노사개혁방안을 전면 거부했던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李載昇(이재승)위원장은 29일 朴齊赫(박제혁)사장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3년간 무분규결의 등 회사측이 요구한 노사개혁방안을 조건부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위원장은 이날 『경영정상화가 될 때까지 일체의 분규를 하지 않겠다』며 『경영권 침해요소가 있는 단체협약조항은 회사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경신하겠다』고 밝혔다. 이위원장은 또 『인력의 합리적 배치를 위해 회사측에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조의 이같은 입장 번복은 부도유예협약 적용과 긴급금융지원 여부 등을 결정할 30일의 채권은행단회의에서 기아측에 유리한 결정이 내려지는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역시 노사개혁방안을 거부했던 아시아자동차 등 다른 계열사 노조에도 영향을 미쳐 무분규 결의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그룹은 채권은행단에 노사안정 등 강력한 경영혁신의지를 담은 자구계획서를 제출, 은행단의 지원을 받을 계획이었으나 노조측의 반대에 부닥쳐 어려움을 겪었다. 기아그룹 6개 계열사 노조위원장단은 지난 26일 △3년간 무분규 결의 △경영권침해 요소가 있는 단체협약 경신 등 노사개혁방안을 수용키로 회사측과 잠정 합의했으나 28일 대의원대회에서 이를 번복했다. 기아 노조가 이처럼 번복 하루만에 입장을 재번복한 것은 기아 경영난에 일부 책임이 있는 노조가 제 잇속만 차리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기아그룹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채권은행단회의를 앞두고 노사안정 등을 포함한 강력한 경영혁신 의지를 담은 자구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그룹이 공중분해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노조입장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기아그룹 일반 직원들은 기아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노조의 지나친 경영간섭과 노조를 장악하지 못한 경영진의 무능을 거론하고 있을 정도로 기아 노조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희성기자〉 ▼ 채권은행단 환영 표시 ▼ 기아자동차 노조가 단체협약 경신을 거부했다가 하루만에 번복하자 채권은행들은 「회사를 살리겠다는 당연한 의지 표명」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회사의 자구계획에 노조가 반발하든 않든 30일의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는 영향받게 돼 있지 않았다』면서도 『노조의 반발을 전해 듣고 감정이 격앙돼 있던 채권 은행장들의 마음이 누그러지는 효과는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채권은행의 행장은 『기아그룹 경영진이나 노조의 기업회생 의지가 확고해야만 채권은행단 대표들도 지원에 적극 나설 수 있다』며 『은행장들 사이에 기존 여신규모에 비례해 지원 규모를 정하자는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 은행장은 또 『그만둘 각오로 자구노력을 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해 자금지원의 전제로 金善弘(김선홍)회장 등의 경영권 포기각서와 계열사 및 임원들의 소유주식 포기각서를 받을 생각임을 내비쳤다. 〈윤희상기자〉 ▼ 정부 2차실무대책회의 ▼ 정부는 기아그룹 1차 협력업체에 대해 업체당 특례보증한도 2억원을 넘는 부분을 일반보증으로 지원하고 어음할인 뿐만 아니라 일반대출도 신용보증을 하기로 했다. 또 기아자동차의 러시아 자동차공장 합작설립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제일은행에서 지원을 보증하겠다는 서한을 러시아 정부에 발송하기로 했다. 정부는 29일 姜萬洙(강만수)재정경제원차관 주재로 기아관련 제2차 실무대책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정부는 통상산업부내에 설치한 「기아부품업체 점검 실무위원회」를 이날부터 본격 가동,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직접 현장에서 원자재 수급동향, 어음할인 실태 등을 매일 점검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가 1조원을 추가지원키로 한 상업어음 할인 특례보증은 지난 22∼26일까지 5일동안 1백9개업체, 1백63억원에 대한 상담이 이루어졌으나 실제로 보증이 마무리된 곳은 4개업체 7억원에 불과했다. 〈이용재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