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 대우그룹 등 거대 재벌들이 기아그룹 인수를 추진하며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대주주인 미국 포드사도 기아처리 문제에 적극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 고위 관계자는 30일 『기아의 회생이 어려워 제삼자인수 방식으로 처리될 경우 현대와 대우가 함께 기아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기아자동차를 현대자동차에 흡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별도법인 형태로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대우그룹도 기아 공동인수시의 자금조달계획을 검토하는 등 인수준비에 나서고 있다.
대우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기아사태를 방치하고 있는 현재로선 정상화될 가능성이 희박해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그룹은 현대와 대우의 이같은 움직임이 삼성의 기아 인수 공식화에 명분을 주는 것으로 판단, 인수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林慶春(임경춘)삼성자동차 부회장은 이날 오후 일본삿포로까지가 방일중인 李健熙(이건희)그룹 회장을 만나 기아 인수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임부회장은 현대 대우가 기아 인수 의사를 밝히는 등 기아사태가 급진전하고 있어 이회장에게 대응책을 상의하러 간 것』이라며 『삼성은 국민여론을 의식해 기아 인수 작업을 표면화하지 못했으나 현대 대우가 나선 만큼 보다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드사는 최근 기아담당 임원을 한국에 파견, 기아처리문제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포드의 한국법인인 포드코리아측은 『포드의 해외시장담당 임원이 최근 한국을 방문, 지분 처리문제를 놓고 기아측과 협의중』이라며 『포드는 언제든지 여건만 되면 기아지분을 처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포드는 제삼자가 기아를 인수할 경우 특정재벌을 지지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포드사는 현대자동차가 기아를 인수해 세계 10위권 자동차메이커로 올라서는 것을 우려해 현대의 기아인수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이·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