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 채권금융단은 기아 계열사에 대한 채권회수를 다음달 29일까지 유예하되 기아가 金善弘(김선홍)회장 사표제출 등 채권단의 요구조건을 충족시켜야만 추가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59개 채권금융기관 대표들은 두차례 연기됐던 제1차 대표자회의를 4일 오후 재개, 지난달 15일부터 부도유예협약의 적용을 받아온 이 그룹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아그룹은 시한부로 부도위기는 넘기게 됐으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협력업체들의 자금난도 심해질 조짐이다.
채권단은 『기아가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 요청한 1천8백51억원의 자금지원을 받으려면 △경영진의 조건없는 사직서와 주식포기각서 △인원삭감계획에 대한 조건없는 노조 동의서 등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기아측이 이 요구를 받아들이면 계열사 주거래은행별로 추가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결정은 이날 오전 姜慶植(강경식)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金仁浩(김인호)대통령경제수석 金英泰(김영태)산업은행총재 柳時烈(유시열)제일은행장의 회동에서 사전에 이뤄졌다.
채권단측은 『이 결정으로 「김회장 등 경영진을 퇴진시키고 노조를 무력화한 뒤 제삼자매각을 추진한다」는 시나리오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입증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유행장 등 4개 은행장은 이날 회의후 기자회견에서 『국가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고 기아그룹의 자력회생 가능성을 일단 지켜보는 선에서 문제를 풀기로 했다』며 『제삼자매각 문제는 상황전개에 따라 채권단 전체회의에서 추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아그룹 계열 15개사에 돌아온 어음은 내부적으로 부도처리 되더라도 내달 29일까지는 정상적인 당좌거래가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기아그룹은 7월말까지 총 8천1백32억원의 만기 어음 가운데 2천3백여억원만 자체 자금으로 결제했으며 종합금융사 등의 만기연장 조치의 도움을 받고도 약 2천억원의 부도를 낸 상태여서 향후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 삼성 현대 대우 등 국내 재벌그룹들의 기아 인수전이 더욱 치열해질 공산이다.
〈윤희상·임규진·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