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 최근호는 갯벌 삼림 농지 등 16가지 생태적 유형별 ㏊당 연간 경제적 가치를 비교, 갯벌 9천9백90달러, 열대림 2천8달러, 농지 92달러라고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른다면 농업용 간척은 1백원짜리 갯벌에 비용과 노력을 들여 0.9원짜리 농지로 만드는 작업인 셈이다.
갯벌간척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물론 우리 나라는 인구가 조밀하고 식량자급률도 낮지만 이것이 갯벌매립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농지조성만 해도 그렇다. 갯벌은 수산물의 원천으로 식량생산기능을 갖고 있으며 생산성도 농지에 뒤지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주식인 쌀 자급에 대해 식량안보 차원에서 일종의 보험식 고려를 주장하면서 이를 갯벌간척의 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식생활이 육류 빵 면류 등으로 다변화돼 예전처럼 쌀 자급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더구나 세계무역기구 출범으로 쌀 수입이 불가피해 농지확보를 위한 간척의 필요성도 줄었다. 오히려 간척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을 이모작이 가능하거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은 종자개발을 위한 생물공학적 연구에 대대적으로 투입하는 편이 낫다.
택지나 공업용지 조성을 위해서라는 논거도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택지부족은 수도권 인구집중에 따른 특정지역의 문제로 전국적인 현상은 아니다. 공업용지도 굳이 갯벌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굴뚝산업」이 퇴조를 보이는 오늘의 기업경쟁력은 넓은 땅이 아니라 기술혁신과 경영합리화에서 온다.
갯벌매립을 법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지난 62년 제정된 공유수면매립법이다. 이 법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업자에게 매립한 갯벌의 소유권을 인정한다는 점이다. 전국민의 공유재산인 엄청난 면적의 갯벌이 어느날 갑자기 특정기업 소유로 둔갑해버리니 말이다. 이는 사회간접자본 민자유치와도 성격이 전혀 다르다. 매립공사를 한 기업의 토지만 늘어날 뿐 일반시민이 얻는 이익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법은 개정돼야 마땅하며 무엇보다도 사업자에 의한 매립은 시급히 차단돼야 한다.
최근의 빈번한 서남해안 적조현상이 대단위 간척에 따른 갯벌의 자정능력 결여 때문이 아니라고 과연 단언할 수 있을까. 자연은 파괴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며 인위적 복원이 가능하다 해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독일이 왜 북해연안 갯벌 전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일체의 개발행위를 금지하고 있는지 음미해보자.
김상훈(환경부 사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