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보는 부실징후 10]

  • 입력 1997년 8월 18일 07시 29분


한 기업의 부도를 예고하는 조짐은 의외로 많다. 어느날 갑자기 문을 닫는 게 아니다. 부도 원인을 뜯어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부도 1,2년 전부터 각종 징후가 꼬리표처럼 붙어다닌다. 기업에 생명줄과도 같은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은 어떤 잣대로 부실기업을 사전에 포착하고 대비할까. 상업 한일 보람 외환 동화 조흥 등 6개 은행의 일선 지점장과 본점 융자부 직원이 말하는 「부실징후 체크 리스트」 10가지. ①사장의 허풍이 심해진다. 사업성과를 과대포장하고 정치인과의 교분을 자랑삼아 자주 거론한다.뭔가 순리적으로는 일이 잘 안풀린다는 증거다. ②사업장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정리정돈이 잘 안돼있고 근로자의 의욕도 눈에 띄게 떨어져 있다. ③회사 임직원으로부터 「사장이 무리한 투자를 감행한다」는 불평이 새나온다. 막판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다. ④자금 및 경리 담당자가 회사를 그만 둔다. 이들은 회사 자금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통상 부도 4,5개월전에 퇴직금을 챙기고 떠난다. ⑤사장과 자금담당 직원들이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비우고 없다. 그날 돌아올 어음을 막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는 증거다. ⑥매출규모에 비해 어음금액이 갑자기 커진다. 은행으로부터 어음장 교부가 어려워지면서 어음단위가 고액화된다. ⑦동종 업계 사장으로부터 신용이 불안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이들의 정보는 대개 사실로 판명된다. ⑧어음배서인에 엉뚱한 사람이 끼여든다. 사채업자가 배서인으로 등장하면 해당 어음은 급전조달용 융통어음이다. ⑨대형 사옥 신축을 추진한다. 과시 목적이 크다. ⑩숙련직원이 특별한 이유없이 회사를 그만두는 등 직원의 이직률이 갑자기 높아진다. 회사 사정은 직원이 가장 먼저 안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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