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사태로 대출창구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최대 자금수요기인 추석을 앞두고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가수요 조짐마저 가세, 돈가뭄 현상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기업에 돈을 대주는 금융기관조차 돈에 쪼들려 기아사태의 해결 등 여건 변화가 없는 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장단기 금리 상승〓한국은행은 지난주 원천세 등 국고 환수에 따른 자금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환매조건부 채권(RP)을 되사는 방식으로 1조8천억원을 지원한데 이어 18일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5천억원을 시중에 풀었다.
그러나 장단기 금리의 상승 기세는 꺾일 줄 모른다. 장기금리지표인 회사채 금리는 지난 6월말 연 11.75%에서 이날 12.25%로 상승세다. 하루짜리 콜금리도 같은 기간 무려 1.85%포인트 급등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통화당국이 한쪽에서는 금리상승을 막기 위해 돈을 풀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원화 하락을 저지한다는 명목으로 달러화를 풀고 원화를 거둬들인다』며 일관성없는 정책이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를 돋우고 있다고 불평했다.
▼금융기관 자금난〓기업의 단기자금 조달창구인 종합금융사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기아 등 부실기업에 수조원을 떼이면서 해외신용도가 하락, 해외자금조달이 벽에 부닥친데다 은행 신탁계정 등이 기아사태 이후 기업어음(CP)을 사주지 않는 바람에 종금사 자금난이 심화한 것. 게다가 은행권의 시장금리부 수시입출식예금(MMDA)시판후 종금사 어음관리계좌(CMA)의 수탁고가 5천7백25억원 감소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종금사는 삼성 현대 LG 등 일부 그룹을 제외하고는 CP할인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현금 흐름이 양호한 기업에만 대출이 나가는데 신용도에 따라 조달금리 차이는 1.5∼2%포인트 이상 벌어진다는 설명.
S종금사 자금담당은 『지난주말부터 벌어진 추석자금 확보전의 승자는 대기업이 될 것』이라면서 『중소기업이 금융권에서 돈을 꾸기는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