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외국전문가 시각]경제난 내년2월까지 지속

  • 입력 1997년 8월 18일 20시 21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금융기관들은 국내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무척 낮게 평가하고 있으며 기회만 주어진다면 적극적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인수합병(M&A)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현재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은행의 낮은 신용도에다 정치적 불안까지 겹쳐 내년 2월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미국 일본 홍콩 등을 방문, 현지 재무관료 금융계인사 연구기관 등과 수시로 접촉해온 金基桓(김기환)경제협력 특별대사는 18일 본보 기자와 만나 현지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김대사는 한보사태를 계기로 신설된 특별대사를 맡아 선진국을 순회하며 한국경제의 실상을 알리고 현지 정보를 수시로 姜慶植(강경식)부총리에게 보고, 정책에 반영해오고 있다. 김대사는 『외국 금융계인사들은 현재의 은행제도로는 한국의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따라서 금융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나 내년 2월까지 정치과도기여서 대통령이 힘을 쓰지 못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국내 금융기관 사이에 시작될 M&A와 관련, 외국기관들도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인수합병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한국지사를 통해 우리보다 더 자세하게 한국사정을 꿰뚫고 있다. 어찌됐든 이들은 한국은 장사할 만한 곳이라고 생각하며 한국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무척 낮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이와 관련, 그는 『영국의 빅뱅(금융대개편)사례를 봐도 금융기관 소유자는 바뀌었지만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훨씬 강화됐다』며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진출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재정경제원이 이날 외국인의 국내기업에 대한 적대적 M&A의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부의 기아그룹 처리방식에 대한 외국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왔다. 김대사는 『미국 일본의 금융기관과 투자가들은 기아지원이 한국경제를 오히려 어렵게 만들 것으로 우려했다』며 『특히 한국은행 특별융자와같은 과거 방식으론 은행의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한국경제의 기초가 괜찮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다만 일부 보수적인 금융인들은 『동남아가 어려우니 한국도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들을 한다는 것. 한국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의 동향을 묻는 질문에 그는 세가지 부류로 요약했다. 『하나는 한국이 괜찮다는 쪽이고 또하나는 괜찮지만 이 기회에 프리미엄을 챙기자는 쪽이다. 마지막으로 한국기업에 돈을 떼먹힐 수 있다고 우려하는 쪽도 있다. 일본이 대부분 후자의 입장에 서있다』 그는 『요즘 같은 정치적 공백기에는 정부의 의지가 외부에 전달될 수 있도록 경제관료들이 소신껏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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