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판매는 지난 95년 11월 「에스페로 품질평가단」 1백명을 모집했다. 에스페로를 제공받아 몰면서 매달 대우자동차에 의견을 내면 1년 뒤 중고차 값에 그 차를 넘겨준다는 조건이었다. 맘에 들지 않을 땐 반환하면 된다고 했다. 품질평가단 1백명 가운데 95명이 에스페로를 싼 값에 구입했다.
하지만 대우자판의 「속셈」은 에스페로 1백대가 아니었다. 품질평가단에 응모한 사람은 무려 43만5천명. 잠재 고객 43만여명을 앉아서 확보하는 성과를 거둔 것.
대우자판은 품질평가단에 뽑히지 못한 43만4천9백명에게 대우자동차의 할인 쿠폰을 발송했다. 이들 가운데 1만5천여명이 96년 상반기 대우자동차를 구입했다. 물론 남은 40여만명도 대우자판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고객을 발굴, 데이터 베이스(DB)에 넣어두고 활용한 사례.
이같은 고객 DB가 경영의 「인프라」로 각광받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와이드TV를 팔기 위해 에어컨을 보유한 고객의 명단을 찾았다. 에어컨을 갖고 있다면 와이드TV를 들여놓을 만한 구매력이 있을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고 본 것. 그러나 에어컨을 갖고 있는 고객의 명단을 뽑는데만 한달이 걸렸다.
LG전자는 20여억원을 들여 최근 고객통합 정보시스템을 구축했고 이제 이같은 자료는 10분이면 뽑아낼 수 있다.
에어컨을 갖고 있는 고객을 거주지역 연령 등 몇가지 조건을 걸어 추려내는 일도 간단하다.
출력 아이콘을 클릭하면 이들 고객에게 와이드TV 광고물을 발송하기 위한 편지봉투가 지역별로 분류 인쇄된다.
또 대리점에서 식기세척기 판매를 기획한다면 그 지역내 맞벌이 가정을 뽑아내 집중적으로 판촉활동을 벌일 수 있다.
『광고는 불특정 다수에게 내보내는 매스마케팅인 반면 DB를 활용하면 소비자에게 직접 도달하는 「원 투 원」 마케팅이 가능해집니다』(LG전자 金鍾柳·김종류 고객만족팀장)
LG전자는 서비스센터와 대리점 영업부서 등에 흩어져 있던 서울지역 소비자 2백만명의 데이터를 호스트컴퓨터에 끌어모아 놓았다. 지난해 11월부터 추진, 약 20억원이 들었다.
외부 데이터는 주소 등 정확도가 30% 미만인데다 가전업체에 적합하지 않아 구입하지 않았다고 LG전자측은 설명했다.
업무별로 따로 관리되던 데이터의 통합으로 고객 서비스가 한 차원 높아졌다.
예를 들어 진공청소기 필터를 구입하기 위해 대리점을 찾았다가 진공청소기의 모델명을 몰라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서울지역 LG전자 전 대리점에서도 고객의 제품보유 현황이 조회된다. 전화선으로 인터넷에 있는 고객통합정보시스템에 접속, 「아, 언제 구입하신 어느 모델을 갖고 계시군요」라며 바로 맞는 필터를 내줄 수 있다.
전국 서비스센터에 접수된 고객 불만 사례는 모델별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집계, 제품개발 부서에 피드백된다.
대우자판도 전국 8백개 영업소와 30개 직영 정비사업소, 그리고 47개 정비센터 등에 흩어져 있던 고객 데이터를 통합해 다음달부터 가동한다.
준중형 신차가 출시될 때 영업사원은 「이 지역내 준중형차를 5년 이상 보유한 30대 후반의 남자」 고객 명단을 들고 집중 공략할 수 있다.
『고객 DB는 우편물을 보냈을 때 반송률이 한 자릿수 이내일 정도로 신뢰도가 높아야 합니다』(대우자판 崔芝弘·최지홍 고객만족추진팀장)
대우자판은 고객 DB를 확장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경로로 영업사원과 PC통신 인터넷 경품행사 등을 활용하고 있다.
〈백우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