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금융불안 외환위기가 심각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수출부진과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다. 수출이 잘 되면 경상수지 적자가 해결되고 경기가 호전되며 기업도산이 감소됨은 물론 금융문제 해결에 시간적 여유도 가질 수 있다. 금융기관은 저금리로 쉽게 해외자금을 차입할 수 있고 외국인 주식투매도 중지될 것이다.
외국인 주식투매의 이유는 외환위기와 원화의 대폭적 평가절하 예상이다. 국내투자에서 수익률이나 금리가 높아도 원화가 대폭 평가절하되면 달러로 계산한 수익은 손실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싱가포르에서는 1년후의 원―달러간 선물환율이 달러당 9백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향후 1년간 원화가 10% 평가절하되리라 예상함을 의미한다. 국내금리가 외국보다 7% 정도 높아도 평가절하 예상률이 금리차보다 크니 외국인자금의 유출은 당연하다.
대폭적 평가절하라는 예상을 불식하면서 수출을 증가시키고 수입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가능한한 빨리 원화환율을 10% 평가절하하고 그후 환율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엔화가 강세일 때 국내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되고 그 반대면 원화강세로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되는 것을 우리는 경험해 왔다.
85,86년 중 우리의 경상수지는 균형을 이뤘다. 그후 지금까지 임금은 4.5배 증가했으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그보다 훨씬 낮았다. 수출경쟁력을 그때와 같이 유지하려면 그동안 임금증가율이 생산성증가율을 초과한 부분과 경쟁국들의 사정을 비교해 환율을 조정해야 한다. 이 계산에 의하면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서 최소한 15%는 평가절하돼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기에 10% 평가절하를 단행하는 편이 좋다.
더욱이 최근에는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동남아 국가의 통화들도 올들어 10∼30% 평가절하돼 우리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 만일 정부가 평가절하를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면 그만큼 외화유출이 심해지고 수출대전 유입이 늦어지면서 환투기가 성행할 것이다. 일정한 환율을 유지하자면 달러의 낭비도 많아진다. 따라서 정부는 일거에 큰 폭의 절하를 일단 단행하고난 뒤 칠레 이스라엘 같은 환율제도로 바꿔 환율을 복수통화에 연결시키고 수출경쟁력과 인플레율 차이를 기준환율에 반영하고, 일정한 범위내에서 외환수급사정을 반영시키도록 하는 것이 자유변동환율제도로 변경하기 이전의 과도기 환율제도로 적합할 것이다.
왕연균(중앙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