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주식 평가손을 현실화하면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점은 행여 고객들이 동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고객재산은 법에 의해 엄격히 분리돼 관리되기 때문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약속합니다』
오는 16일 창립 23주년을 맞는 한국투자신탁의 변형(邊炯)사장은 지난 1일 회사 이름으로 갖고 있는 주식의 평가손을 100% 반영하는 결단을 내렸다.
평가손 현실화란 보유주식의 매입가격(장부가격)과 현 시가의 차액을 손실처리하는 것. 투신사들은 지난 89년 정부의 12.12 증시안정화조치로 막대한 물량을 떠맡은 뒤 주가폭락으로 수천억원대의 평가손을 입고 있다. 그러나 평가손을 현실화할 경우 재무상태가 일시에 악화돼 그동안 쉬쉬하며 숨겨왔던 것이 사실. 실제로 한국투신의 경우 평가손 현실화로 당장 9천5백50억원의 손실이 새로 발생한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투신시장 완전개방을 앞두고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맞을 매는 빨리 맞고 정상적인 자산운용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꾀하는 것이 장기적으론 고객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죠』
평가손 반영후 「몸집이 가벼워진」 투신사들이 매물을 쏟아내 증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변사장은 『오히려 평가손을 회복하기 위한 활발한 교체매매에 나설 것』이라고 일축했다. 재무행정분야에서 일하다가 꼭 1년전 한국투신의 지휘봉을 잡은 변사장은 총 저축고를 3조원 이상 늘리는 등 사업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
〈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