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종합금융 외환딜러 최세웅(崔世雄·37)과장의 경력은 다채롭다 못해 특이하다.부친은 북한 재정경리부장(한국의 재정경제원장관)까지 지낸 고관, 평양 김일성대학 출신, 북한 대성은행원, 영국 런던의 외환브로커회사 사장, 95년 12월 가족과 함께 한국에 귀순, 종금사 외환딜러로 변신…. 평양예술단 배우 출신 신영희(申英姬)씨가 그의 부인이다.
『한국이 외환위기 금융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주장은 외국인들의 편협된 시각에 불과합니다. 동남아 등과 비교할 때 경제기반이 튼튼한데다 경기도 바닥을 탈출할 조짐을 보이는 등 한국 경제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외환위기설에 대해 그는 대뜸 이렇게 대답한다. 외국계 금융기관이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는 하지만 돈을 빌려주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지불능력을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북한 출신이지만 한국의 어떤 기업인보다 훨씬 자본주의적 색채가 짙고 개방돼있다는 느낌이다. 한국에서의 첫 직장은 금융결제원이었지만 외환딜러로서의 경력에 맞지 않아 박차고 나왔다. 이력서를 들고 금융기관을 찾아 다닌 끝에 둥지를 튼 곳이 바로 나라종금. 지난 5월의 일이다.
최과장이 맡은 업무는 은행간 외환중개업. 국내 금융기관에서는 다소 생소한 외환딜링업무다. 하루에 중개하는 외환은 약 1억5천만∼2억달러.
『외국계은행을 통해 이뤄지던 달러 엔 마르크 등 외환거래를 한국의 금융기관이 직접 중개하는 거죠. 외국에 의존하던 외환브로커 역할을 우리가 담당하는 것입니다』
그는 『외환시장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면서 『외환규제가 좀더 풀리면 훨씬 많은 거래를 통해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