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에서 O―157균과 O―26균이 검출되고 미국 농무부의 검역조사단이 재검사를 위해 방한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수입식품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일깨워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입식품 안전문제를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세균으로 얼룩진 상품이 무방비 상태로 수입돼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현재의 「선통관 후검사」 제도 때문이다. 이는 신속한 통관을 위해 수입물품을 먼저 통관시킨 뒤 위해여부를 검사하는 제도다.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과일이나 야채류의 경우 정말로 시급한 통관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선검사 후통관」제를 시행해오다 지난 95년 4월부터 「선통관 후검사」제로 바꿨다.
이 제도는 그러나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서처럼 유해식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난 뒤에야 이 사실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일단 시중에 유통된 유해식품은 수거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국민건강이 직접적으로 위협받는다.
경제적 손실도 따른다. 몇년전 발암성 농약성분이 허용치보다 무려 1백32배나 높게 검출된 미국산 밀을 수입한 업체들이 보상 한푼 못받고 이중 일부는 끝내 도산한 적이 있었다.
「선통관 후검사」제를 택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대개 수입 대상국에서 현지검사 등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조사한 뒤 수입한다. 미국의 경우 까다롭기가 그지없다. 검역관이 수입할 농수산물에 대해 3년에 걸쳐 재배과정과 토양조건을 검사한 후 미국으로의 수출허가 여부를 판단한다. 안성 배나 제주 감귤 등이 미국에 수출될 때는 운송까지 까다로운 검사 검역을 받는다.
미국처럼 그렇게 하면 「선통관 후검사」를 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선검사 후통관」으로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건강을 지키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검사 후통관」을 하려면 현재의 공무원 인력이나 장비 시설이 부족해 제때 검사를 다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 문제는 선진국처럼 정부가 민간에 과감하게 업무를 위탁, 중복되는 정부의 검사업무를 통폐합하고 검역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한다면 해결된다. 과학기술연구원이나 민간연구소 등을 활용한다면 평균 18일 걸리는 수입식품 검사기간이 크게 줄어들어 민원이 제기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정부는 감시 감독을 철저히 하면 된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현행 수입식품 통관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조경종<전 국립부산검역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