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심상치 않다.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약 한달간 죽을 힘을 다해 지켜온 달러당 9백15원선이 20일 힘없이 무너진데다 싱가포르 등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는 하루만에 원화가 무려 67∼90원이나 올랐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 경제가 환율 상승이 주가 하락을 부르고 주가 하락은 다시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여서 정부가 악순환의 고리를 조기에 끊지 못하면 금융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외환시장 불안배경 ▼
외환시장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은 금융기관들의 외화자금 차입난이 개선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견기업들의 잇따른 부도와 주가폭락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
특히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이 최근 주가 폭락에 따라 한국증시를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해지면서 외환시장에서는 환율 상승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같은 악재로 상승압력이 커질대로 커진 원화환율은 20일 오후 4시경 유일한 방어세력이던 한은이 9백15원 고수 항복선언을 하자 수직상승, 불과 30분만에 9원이나 올랐다.
▼ 향후 환율 전망 ▼
9백15원선이 무너지자 외환딜러들은 전망을 상향수정하느라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의 S부장은 『당초 연말까지 원―달러환율이 9백∼9백15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젠 9백50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외환 컨설팅업체인 핀텍의 배우규(裵禹奎)대표는 『한은의 다음 저지선이 9백20원이 될지 9백25원이 될지는 모르지만 연말까지 9백50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계 은행 국내지점의 한 딜러는 『앞으로 10대 그룹중 하나가 쓰러지면 환율 상승의 끝이 보이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파장 ▼
일차적으로 환율이 치솟을 경우 기업들이 막대한 환차손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환율을 9백15원에 안정시킨다는 외환당국의 말만 믿고 가지고 있던 달러를 내놓았다가 큰 손해를 입게 됐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보다 심각한 부작용은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과 외환에서 이중(二重)손해를 입고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 외환딜러들은 『이들이 떠나는 것이 바로 외환위기의 시작』이라고 지적한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