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은행장-姜부총리 간담회 발언록]

  • 입력 1997년 10월 21일 19시 57분


23개 은행장들은 21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강경식(姜慶植)부총리와의 조찬간담회에서 『더 이상 대기업이 부도나서는 안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은행장들은 「부도유예협약」을 통한 기업 정상화가 사실상 실패했음을 시인하고 협조융자를 통한 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다음은 간담회 발언록. ▼A은행장〓연말까지 더 이상 부도가 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한시적으로라도 공황상태를 막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B은행장〓부도유예협약은 기업 구제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해태나 뉴코아그룹처럼 협조융자를 통한 정상화가 좋다. 정부는 은행권을 지원하는 한편 제2금융권의 여신회수를 자제시켜야 한다. ▼C은행장〓한계기업은 충분히 정리됐으므로 앞으로는 무조건 부도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부도유예협약은 문제가 있으며 협조융자가 바람직하다. 지금의 경제난은 한보나 기아사태에 근본 원인이 있다. 기아그룹의 조속한 정상화가 필요하다. ▼D은행장〓기아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풀린다. ▼E은행장〓적지않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기아는 법정관리가 최선이다. ▼F은행장〓대기업의 도산을 방지하려면 한시적인 공조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G은행장〓더 이상 기업이 부도나서는 안된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이 있으면 은행들이 공동 실사를 한 뒤 협조융자를 해 도산을 막아야 한다. 원활한 협조융자를 위해 한국은행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수휴(李秀烋)은행감독원장〓협조융자를 통한 지원을 제도화할지 여부에 대해 의견을 말해 달라. ▼H은행장〓시장원리에 어긋나더라도 지금이 비상사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은행과 2,3금융권도 내년말까지 한시적으로라도 여신회수를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해야 한다. ▼I은행장〓재경원이 협조융자 지침을 만들어야 하며 여기에는 2,3금융권도 포함시켜야 한다. 기간은 1∼2년 정도가 좋다. ▼C은행장〓관치금융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은행이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 주거래은행이 적극 나서서 자발적으로 조용하게 기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J은행장 등 3명〓자율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관행으로 볼 때 현실성이 전혀 없다. 제도화해야 한다. ▼이원장〓협조융자기간중 2,3금융권의 여신회수를 막는 방안에 대해서는 재경원과 은감원이 검토를 하겠다. 협조융자를 제도화할지 여부와 대상기업을 정하는 문제는 8개 주요 은행장들에게 위임을 하자. ▼유시열(柳時烈)제일은행장〓기아처리방향은 법정관리가 바람직하지만 노조문제 등 고민이 많다. 채권단과 정부가 여러가지 방안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윤증현(尹增鉉)재경원금융정책실장〓기아문제는 정부가 나서면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된다. 여러 은행장들이 채권자로서 당당하고 소신있게 처리해달라. 주식시장이 불안하면 은행권도 피해가 크므로 오후부터는 주식을 좀 사달라. 정부 말을 들으면 손해보지 않을 것이다. 〈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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