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그룹의 주력사 부도―화의신청으로 기아사태 처리 이후 잠잠하던 부도도미노 악령(惡靈)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해태와 함께 은행권의 협조융자를 받아 연명해온 뉴코아그룹까지 화의 또는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부실징후 기업들에 대한 협조융자협약 역시 불발에 그칠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다.
▼협조융자협약 무산위기〓해태와 뉴코아그룹에 먼저 적용해보고 실효성을 점검중인 협조융자협약은 두 그룹의 부실화로 빛을 보기도 전에 사장(死藏)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이 작성한 협약 초안은 현재 재정경제원과 은행감독원에 제출돼 각론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
그러나 모범케이스로 여기던 해태와 뉴코아그룹이 부실화하면서 『융자협약은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게 금융권의 전반적인 분위기. 재경원측도 『2, 3금융권의 어음회수를 막을 묘안이 없다』고 털어놨다.
조흥은행은 『해태에 협조융자로 나간 5백47억원 대부분이 종금사 만기어음을 갚는데 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협조융자는 기업회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은행의 고위 임원은 『여신회수를 자제키로 한 종금사 등 2금융권이 약속을 깨고 융통어음을 마구 돌리고 있다』며 『은행 부실여신을 양산하는 협약은 애당초 무리』라고 못박았다.
▼우려되는 부도도미노〓정부는 기아사태 이후 더 이상의 부도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있다면 협조융자협약으로 자력회생을 도우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정부의 무사안일한 발언은 해태 뉴코아그룹의 부실화로 실언(失言) 허언(虛言)에 그치게 됐다. 대형 부도 쇼크로 불안해진 금융기관들이 여신회수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자금난이 완화할 기대를 갖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게 금융관계자들의 말이다.
기업 경영환경은 기아사태 처리 이후 오히려 악화한 셈. 초미의 환율급등과 주식폭락 현상이 벌어지면서 기업이 돈빌릴 곳은 아예 자취를 감춰버린 형국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여전히 「부실징후 기업 리스트」가 나돌면서 부도 순위를 매기는 웃지못할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재경원관계자는 『자금사정이 어려운 대기업이 3, 4개 더 있는데 해태와 뉴코아 건으로 자칫 연쇄부도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우리 기업들의 만성적인 차입경영과 장사만 되면 가리지않고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대출관행이 빚은 「부도 도미노」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