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박주응/경제난 「신뢰」회복으로 돌파를

  • 입력 1997년 11월 15일 09시 27분


경제위기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경쟁력 약화 및 구조조정 지연 등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경제가 추락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요인만이 아니라 고비용 사회구조, 즉 전반적인 거품성장 및 불신풍조와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이의 배경을 한국 경제 사회의 지난 50년간 역사 속에서 찾아보자. 우리는 식민지 문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강한자에 약하고 약한자에 강하며 꿋꿋한 마음보다는 시류에 따라 끊임없이 마음과 정신이 움직이면서 누가 강한자가 될 것인지에 관심을 쏟아 왔다. 6.25전쟁 5.16군사쿠데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을 겪어오면서 국민들은 중심을 잃고 가치관의 혼란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집권세력은 성장제일주의 정책을 폈다. 이 결과 전체적으로 거품성장을 하게 되고 총체적인 불신사회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국경제는 국내시장 보호와 자금의 차별적 배분을 정책수단으로 한 정부계획하에 전략적으로 선택된 특정산업에 저임금 노동력과 자금을 집중투자,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개발독재주의를 택하다 보니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정착됨으로써 부실공사 불공정경쟁 부패가 만연돼 총체적 난맥상이 나타났다.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은 소외되고 불이익을 당해 신용사회가 무너졌다. 사회전체가 불안해졌다. 우선 정부가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기업들의 몸집키우기 경영은 거품으로 남아 기업은 물론 경제전체의 목을 죄고 있다. 이제 거품성장은 몰락하고 있다. 세계화 추세에 따라 한결같이 주장하는 시장경제 원리는 거대정부와 공존할 수 없다. 정부의 규모가 커질수록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은 늘어나고 영향력 또한 그만큼 커진다. 이 경우 시장경제원리보다는 정치논리가 앞서게 된다. 성장촉진 경제정책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성장을 잘 조정하고 관리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신뢰가 부족한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적 비용을 크게 부담하게 된다. 21세기 경쟁력은 글로벌 네트워크다. 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신뢰로 연결되어야 한다. 신뢰는 사회도덕과 번영을 약속한다. 글로벌시대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정부와 재계는 물론 국민들간에도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21세기 국가경영철학은 신뢰 제일주의, 세계적 상호주의, 공정한 처리과정 중시주의를 기초로 하여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기대한다. 박주응(원광대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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