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과 무관해 보였던 삼성 현대 LG 등 이른바 「빅3」그룹이 무차별적인 자금확보전(戰)에 뛰어들면서 중견기업의 자금난 가중, 시장금리 폭등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빅3를 포함한 10대그룹은 은행과 종합금융사에 가능한 한 많은 액수의 자금을 요청하고 있으며 이것도 모자라 채권시장에서 수천억원대의 회사채를 발행, 시중자금을 「싹쓸이」하고 있다.
종금사들은 종전 거래하던 중견기업의 어음 만기자금을 모두 거둬들여 대기업에 내주고 있다.
A종금은 지난 21일부터 삼성 현대 LG 등 3대그룹에 각각 2천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할인해 주는 등 어음할인 영업을 대그룹 중심으로 전면 전환했다.
이 회사 자금부 관계자는 『이들이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일시에 요청하면서 CP할인금리가 폭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금액 금리 기간을 묻지않는 「3불문(不問)」현상으로 대그룹과 중소기업간 할인금리가 역전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B종금사의 경우 삼성 등 3대그룹의 3개월물 CP할인금리는 연 23%인 반면 중소기업은 이보다 4%포인트 낮은 연 19%에 그치고 있다.
C종금 자금담당이사는 『이들 대기업은 단 몇 십억원이라도 좋으니 있는대로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이런 경우는 난생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채권시장에서도 주요 그룹의 자금독식 양상이 나타나면서 중견기업은 보증기관을 구하지 못해 아예 회사채를 발행조차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1일 이후 5일간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1천억원 등 총 2천7백억원 △현대그룹은 9백억원 △대우그룹은 1천3백억원어치를 각각 발행했으나 팔리지 않아 대부분 되가져가는 수모를 당했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