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벼랑 위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대기업의 부도와 대량실직 사태를 지켜보면서 수술대에 오른 한국 경제의 앞날에 그저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한보 기아 대농 진로를 포함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쓰러졌고 남아있는 기업들은 조직을 대폭 감축하면서까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경제한파는 안양권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안양 과천 의왕 광명 등 안양상공회의소 관할 4개시 지역의 중소업체 부도율이 0.7%를 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금융권의 자금지원이 마비돼 위기에 몰려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아우성이다.
금융대출을 받았던 기업은 전에 없이 강도높은 은행의 빚상환 독촉에 신음하고 있고 수입업체는 원화폭락으로 도산할 날만 속수무책으로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아예 중개업소에 회사를 팔아줄 것을 부탁하고 잠적한 기업인도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자금을 요청해야 할 상황이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IMF의 자금을 받는다는 것은 경제식민지가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돈을 빌리는 대신 내정을 간섭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한국 경제를 이런 벼랑끝으로 내몰았는지 한심하다. 정부 정치가 관료 국민 모두 자성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한숨만 내쉰다고 될 일도 아니다.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너진 경제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기업의 구조조정에 이어 정부와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대통령후보들은 제각기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별로 미덥지가 않다. 쓸데없는 정쟁보다 국민이 『바로 이거야』라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경쟁력이 약한 기업이 쓰러지는 것은 불가피하나 건실한 기업들마저 도산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일시적인 자금유통만 되면 회생할 수 있는 기업까지 도매금으로 묶여 도산해서는 안된다. 금융 재정당국은 단기적인 구조조정보다 중 장기적인 구조조정과 금융정책 스케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들이 안정된 금융정책에 맞춰 자금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소득은 1만달러인데 소비는 2만달러에 이르는 기형적인 소비행태를 버려야 한다. 60, 70년대 경제부흥이란 목표 아래 새마을운동을 벌였던 때를 생각해보자. 지금이야말로 허영에서 깨어나야 할 때다.
남장우(안양상공회의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