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가 시행되자 관행을 깨고 국무총리가 경제대책 챙기기에 나섰다.
경제문제는 경제부총리의 전권사항이어서 총리는 이를 보고만 받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 그러나 IMF체제 이후 경제위기가 심화되자 고건(高建)총리는 경제부처업무까지 파악하면서 범정부차원의 경제위기해결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13일 관계장관 및 경제계 노동계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경제대책추진위원회 제2차회의에서 고총리는 「향후 3년간의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경제운영계획」을 조속히 수립하라고 경제부처에 지시했다. 고총리의 이같은 지시를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것이 관가의 분위기다.
고총리는 지난번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때 사태의 심각성을 미리 알고 경제팀에 즉각적인 대응조치를 여러 차례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의 의견은 오랜 관행과 경제팀의 독선 때문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정부 주변에서는 청와대경제수석이 있긴 하나 사실상 경제부총리가 주요 경제정책 결정과정을 독점, 이같은 위기를 불러왔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경제적 관점 뿐만아니라 경제외적 관점에서도 두루 문제의 본질을 살필 수 있는 총리실에서 경제정책 결정과정에 깊숙이 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고총리의 경제정책 개입은 이같은 정부내 여론을 업은 모양새다.
고총리의 지시에 따라 이달말이나 내년초에 나올 「IMF 조건의 구체적이면서도 투명한 실천계획」은 우리의 대외신뢰도를 높이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현 위기의 본질은 대외적으로 우리의 경제신용도가 땅에 떨어진데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윤정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