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은 물론이고 우리 경제 회생의 효자 구실을 해야할 수출마저 빈사상태에 빠졌다. 달러화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은행들이 지난 8일부터 수출신용장(LC) 매입을 사실상 전면 중단한 것이 주요인.
13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환율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좋아졌음에도 불구, 은행들이 10일 이내에 대금을 받아야하는 기한부 수출환어음(일람불신용장) 조차 제대로 매입하지 않기 때문에 수출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는 것.
특히 수출 하청업체에 대한 물품대금 결제와 임금지급이 집중되는 연말을 앞두고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자기자본비율(8%)을 지키기 위해 15일쯤부터 모든 수출입업체의 신용장 매입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져 엄청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중소업체는 물론이고 대그룹 계열 제조업체와 종합상사들까지 수출입자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연말 수출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무역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또 수출 차질과 이에 따른 자금난으로 수출 하청업체들의 무더기 도산이 불보듯 뻔하다고 업계는 비명을 지른다.
이에 따라 무역협회와 수출입업체들은 은행장들이 12일 자체 결의한 「수출환어음 담보대출 확대」가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강력히 요청했다.
은행들이 수출환어음 매입을 중단하기 시작한 것은 은행권의 외화가 급격히 줄고 환율 급등이 본격화한 지난달 12일부터.
이미 일반 소비재 수입은 치솟는 환율 때문에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수출신용장 매입거부는 처음엔 수출업체에 미리 내준 수출대금을 해외 수입업체측으로부터 돌려받는 데 수개월씩 걸리는 유전스LC 거래에만 국한됐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은행들이 「BIS비율」 준수에 사활을 걸면서 회수기일이 10일 이내인 일람불신용장에까지 확대됐다.
또 대금 미회수 위험이 적어 은행들이 앞다퉈 매입했던 정유회사들의 수입신용장에 대해서까지 은행들이 보증을 중단하면서 수출입금융은 사실상 중단돼 버렸다.
정부는 지난 4일 수출환어음을 한국은행이 담보로 잡고 각 은행 지점을 통해 100% 할인해주도록 요청했지만 은행 창구의 수출환어음 매입거부 사태는 전혀 줄지 않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가 은행과 수출입 가운데 어느 쪽을 살리느냐를 택일해야 하는 막다른 상황』이라며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을 인위적으로 올려주는 특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