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파장이 실물경제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금융 기업간의 신용공백은 물론 거래기업간, 심지어 모기업과 협력업체간의 거래도 신용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당연한 결과로 제조업 생산이 크게 위축되고 재고는 쌓여만 간다. 수출입도 마비상태다. 수출도 내수도 막혀버린 이같은 상황이 조금만 더 계속되면 한국경제의 기반인 제조업은 밑바닥부터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올들어서만도 수많은 기업이 쓰러졌다.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가 부도공포에 떨고 있고 경영이 정상적인 기업도 어느날 갑자기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에서 비롯한 금융위기가 무차별적인 기업여신 회수를 촉발해 멀쩡한 기업의 흑자도산을 부른 탓이다. 가파르게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어음부도율과 하루평균 60개를 넘는 부도업체수가 벼랑끝 위기의 기업실상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국민경제의 뿌리인 실물부문의 붕괴를 이대로 놓아둘 수는 없다. 기업을 살릴 특단의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이 하루하루 빚독촉에 쫓기는 기업의 자금상환 압박을 덜어주는 일이다. 그리고 돈이 돌지 않아 사실상 마비된 수출입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종금사에 이어 은행이 기업대출금 회수를 2개월간 연장해 주기로 한 조치나 한국은행의 금융권에 대한 11조원의 직접대출은 기업연쇄부도 사태를 어느 정도 진정시켜 줄 것이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기업대출금 만기연장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신규대출을 재개하지 않는다면 이것 역시 공허한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 행정력을 동원해서라도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역붕괴위기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우리는 수출로 살아왔고 또 수출 극대화로 경제회생을 이루어내야 한다. 은행들이 수출환어음의 매입을 중단하고 연지급 수입신용장은 물론 일람불 수입신용장 개설마저 거부하고 있는 것은 국민경제를 망치자는 일이다. 수입길이 막혀 원자재 공급이 제때 안된다면 업계는 물론 국민생활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