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계기로 시장금리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면서 종전 금리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기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금리보다 연체금리가 싸다〓은행권의 연체금리는 연 17∼20%인 반면 자금시장의 금리는 연 2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 때문에 연체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나 가계가 늘고 있다. 회사원 K씨는 최근 할부금융회사들이 아파트 중도금 대출금리를 연 20%로 올리자 이달중 내야 할 중도금을 일부러 연체할 계획. 중도금 연체금리가 17%여서 대출을 받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게 K씨의 계산.
이같은 현상은 개인들보다 자금시장에서 연 25%의 금리를 줘도 자금조달을 하기 힘든 기업체들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조흥은행의 한 임원은 『대출금 연체를 막기 위해 지난 12일 연체금리를 연 18%에서 20%로 올렸는데도 「당분간 대출금을 연체하겠다」는 기업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수신금리보다 대출금리가 싸다〓서울은행 제일은행은 지난 8일과 9일 일부 예금상품의 금리를 한시적으로 최고 연 17%까지 인상했다.
또 평화은행도 15일부터 최고 연 17%의 금리를 제공하는 「경제살리기 아나바다통장」을 판매한다. 이 상품의 가입금액은 월 1만원이상으로 계약기간은 6∼18개월. 한미은행 등 일부 은행은 연 18∼20%의 금리를 주는 신탁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일반인들에 대한 대출금리가 14%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신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높은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어 은행에서 대출받아 예금을 해도 이익이 되는 셈.
▼은행따라 금리 천차만별〓서울 제일 평화은행 등이 수신금리를 올린 데 비해 국민은행은 지난 10일 60∼91일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와 환매조건부채권(RP)의 금리를 각각 1%포인트와 1.07%포인트씩 내렸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최근 수신이 급증한 일부 은행들은 부도위험 증가 등으로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해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수신금리를 내리는 은행이 더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6개월짜리도 장기상품으로 친다〓일반적으로 만기가 1년 미만인 상품을 단기상품으로 분류해 왔으나 최근에는 단기개념이 1∼2개월로 줄어들었다.
한미은행 리테일팀 이건홍과장은 『금리변동이 극심해짐에 따라 만기가 1∼2개월인 단기상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불안심리 때문에 6개월짜리 상품도 투자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