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자는 기쁨도 잠시, 당장 19일부터 산적한 경제 현안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의채널을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 동시에 미국과 일본정부의 자금지원을 조속히 얻어내고 해외투자가들의 신뢰를 얻는 일도 시급하다.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하고 재벌중심 산업체제를 수술하는 일은 보다 근본적인 과제. 이를 위한 제도정비 방안을 22일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국내외 투자가들은 『당선자의 첫마디에 국가운명이 달려 있다』고 말할 만큼 우리 경제상황은 벼랑끝에 몰려 있다. 경제 전문가와 재정경제원 실무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당선자의 당면과제를 짚어본다.
▼외환부족을 해소해야 한다〓연내에 2백억달러를 확보하지 못하면 대외지불유예(모라토리엄)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국제금융기구들로부터 약속받은 자금은 1백20억달러정도.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브리지론(긴급자금지원)을 받아야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이 약속한 1백억달러가 조기 지원되도록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게 재정경제원 분석이다.
또 IMF와 세계은행(IBRD)자금지원도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미국 일본은 조기자금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행동에는 들어가지 않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가 IMF 이행사항을 어느 정도 지킬 것인지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당선자는 이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해소하는 한편 미국 일본의 신뢰를 얻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 일본정부가 자금지원에 나설 경우 IMF의 긴급융자제도(SRF)를 통한 자금지원도 원활해지고 외국투자가들의 신뢰회복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재경원 관계자는 『이제 모든 책임은 당선자가 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 당선자는 IMF협약준수를 다시 선언하고 미국과 일본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시스템을 회복해야 한다〓이미 14개 종금사가 업무정지됐고 서울 제일은행의 매각방침이 나와 있다. 하지만 외국투자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금융개혁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몇개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부실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IMF가 제시한 정리기준을 받아들여 인수합병 폐쇄 등을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는게 금융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예금자보호장치와 부실채권정리방안 역시 차질없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2일 임시국회에서 금융개혁법안을 통과시키고 이에 따른 개혁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합감독기구와 예금자보험기구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재편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기업의 과잉중복투자, 과다차입경영, 문어발식 확장 등의 경영형태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IMF 등은 재벌문제의 해결없이는 한국경제의 재도약이 어렵다는 권고를 내놓고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특별법을 제정하여 기업이 스스로 변신을 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또 상호지급보증을 해소, 재벌그룹내의 비효율적 기업을 과감히 도태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자동차 처리, 삼성의 승용차사업, 현대의 제철소사업, 정보통신분야에서의 과당경쟁 등에 대해 대통령 당선자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지배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줄이기 위해 사외이사제 외부감사 공시강화 등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소수주주들의 권한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조직을 재편해야 한다〓재경원을 포함한 경제부처를 다시 짜야 한다.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합병한 재경원은 지난 3년간 비효율과 독선으로 나라경제를 거덜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MF 관리경제에서 정부역할은 어차피 축소되는 만큼 각종 정부기능의 과감한 민간이양과 함께 재경원 해체가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금융개혁법이 임시국회에서 처리되면 금융감독위원회에 금융정책기능을 과감히 넘기고 예산실도 총리실산하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내외 신뢰회복이 시급하다〓IMF구제금융이 국가몰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재도약을 위한 고통이라는 점이 강조돼야 한다.
인플레와 실업사태가 불가피한 만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IMF이행조건을 성실히 지키되 IMF와의 분기별 추가협상에서 우리측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협상팀과 전략을 새롭게 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경원 관계자는 『외국투자가들이 한국시장에 다시 들어올 경우 IMF추가협상에서 우리측 입지는 그만큼 넓어진다』며 『신뢰회복이야말로 대통령 당선자가 반드시 이룩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