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바닥」을 찍고 나흘간 오름세를 탄 주식시장에서 요즘 최고 인기종목은 단연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주. 돼지꿈을 꾸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상한가에도 사지 못한 주문 잔량이 매일 수백만주씩 쌓인다.
대표적 부실은행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이 두 은행이 이처럼 「잘 나가는」 것은 정부의 현물출자로 국책은행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 여기에 15일 임창열(林昌烈)부총리가 『둘 중 한 곳을 외국 금융기관에 매각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서울은행 주식은 17일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로 치솟으며 3백64만주나 거래됐으나 매물이 없어 상한가에도 사지 못한 주문이 1천3백68만주나 쌓였다. 제일은행도 상한가 잔량이 3백90만주에 달했다.
증권사 영업맨들은 『사자는 사람들은 거의 국내 개인투자자들』이라며 『외국 은행으로 인수될 경우 주가가 10배 이상 뛰어 오르리라는 기대로 분산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시각은 정반대. 때를 놓칠세라 팔아치우기 시작, 이달 들어 제일은행주 1천68만주(2백29억원어치), 서울은행주 92만주(1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은행 증권 투신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개미군단」에 주식을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다.
한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장은 『외국은행의 인수설은 분명히 호재이지만 아직 하나도 구체화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모험을 하기에는 두 은행의 부실이 워낙 커보인다는 게 외국인들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씨티은행 등 인수후보로 거론된 은행들이 인수설을 공식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떡줄 사람, 즉 외국은행은 생각지도 않는데 (개인 투자자들이)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며 『무작정 덤벼들었다간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