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기관들도 기업 부실회계처리를 눈감아주거나 오히려 적극적으로 조장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정보 등 국내 3개 공인 신용평가회사는 지난해 잇따라 부도를 낸 한보 진로 기아 등 대그룹 계열사들의 신용평가를 후하게 매긴 탓에 영업정지를 받기 바빴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한보철강에 ‘연루’돼 지난해 2월 한달간, 10월에는 기아 및 진로그룹 계열사 신용평가를 잘못한 책임으로 한달간 영업이 정지됐다. 한신정도 벌점이 쌓여 지난 연말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그 후에도 한라그룹을 비롯한 상장사들의 도산이 끊이지 않자 이들 신용평가사에 대한 증권당국의 제재규정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신용평가사들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다. 한 신용평가사의 관계자는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객확보를 위해 ‘등급 인플레’경쟁을 벌여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평가사와 기업간의 ‘야합’을 막기 위해서는 증권당국의 평가기관 지정 등 강제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