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기업회계/은행대출]약식 재무재표로 수천억 대출

  • 입력 1998년 1월 4일 20시 45분


일반 개인에게 1천만원 대출하면서 재직증명서 재산세납부증명서 외에 보증인도 요구하는 국내 은행들. 이들에게 “기업장부를 믿느냐”고 물으면 “못믿는다”는 대답 일색이다. 예컨대 재벌그룹 계열사의 경우 결합재무제표가 없는데 은행들은 이들 회사를 어떤 방법으로 평가해 돈을 내줄까. 한 은행 간부는 “신용평가회사들의 도움을 받아 계열사끼리의 재무제표를 산술적으로 합한 ‘약식 연결재무제표’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상호거래의 상관관계가 드러나지 않지만 그나마 재벌그룹의 ‘진짜 얼굴’을 살펴보는데 유용한 수단이라는 것. 이렇듯 초점이 맞지 않는 ‘돋보기’를 통해 재벌그룹에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의 대출이 이뤄져 왔다. 여타 기업도 회계에 관한 한 다르지 않다. 일선 창구에서는 대출심사를 할 때 회계장부는 제쳐놓고 기업주의 관상과 안색부터 살핀다. 해당 기업을 찾아가 사무실의 정리정돈 상태, 전화응대 태도 등을 살핀 뒤 돈을 떼먹을 기업인지 아닌지 잣대로 삼기도 한다. 〈윤희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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