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폭락 동남아통화 연쇄 추락

  • 입력 1998년 1월 5일 20시 49분


지난해 세계경제에 연쇄파동을 몰고온 ‘아시아 경제위기’가 새해들어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과 동남아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되면서 새해 벽두부터 이 지역 주요국들의 통화가치와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이들 나라와 ‘한 묶음’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어 외환 및 금융위기 극복과 경제회생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5일 올들어 처음 문을 연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는 엔화 투매현상이 빚어지면서 엔화가치가 폭락, 엔화환율이 92년5월 이후 5년8개월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백32엔대를 넘어섰다. 주식시장도 꽁꽁 얼어붙어 이날 닛케이(日經)평균주가는 작년말보다 301.90엔 떨어진 14,956.84엔을 기록,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0엔 아래로 떨어졌다. 엔화가치와 주가의 동반폭락은 작년말 일본정부가 내놓은 대규모 금융시장 안정 및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내수침체가 심해 당분간 일본경제의 회복을 비관적으로 보는데다 전날 뉴욕시장에서의 엔화하락 등에 따른 것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 경제의 여러 여건상 엔화를 매입할만한 호재가 없기 때문에 올해에도 엔화약세가 당분간 계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남아시아 각국의 통화도 5일 일제히 급락, 국가별로 사상 최저기록을 경신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지난주 달러당 6,050루피아에 거래됐으나 이날 오전 사상최저치인 6,310루피아까지 내려갔다.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는 달러당 지난주 3.9525링기트에서 4.0링기트대가 무너지면서 사상최저치인 4.02 링기트에 거래됐다. 필리핀 페소화는 지난주 달러당 41.05페소에서 이날 42.24페소로, 태국 바트화도 달러당 48.05바트에서 49.90바트로 떨어졌다. 또 싱가포르달러는 달러당 1.6955싱가포르달러에서 1.7050으로, 대만달러는 달러당 32.64대만달러에서 33.125대만달러로 하락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싱가포르외신종합〉 ▼한국에의 영향〓일본과 동남아경제의 움직임은 한국경제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본 및 동남아 시장과의 교역 및 투자비중이 매우 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거의 시차 없이 한국경제에 파급되기 때문. 특히 우리가 지고 있는 전체 금융기관 외채의 23%가량을 꾸어주고 있는 일본의 금융위기가 심화할 경우 우리가 원하는 채무 상환기간 연장이나 장기채로의 전환 등을 일본이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진다고 노무라(野村)연구소의 김광수연구위원은 우려했다. 또 국제투자가들은 국가별 경제여건의 차이점을 세밀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한 나라에서 일어난 일은 이웃 나라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경제위기가 확산되는 현상을 ‘인접효과’라고 한다. 한국이 그 피해를 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수습국면에 들어선 듯했던 한국의 금융위기는 일본과 동남아국가들의 경제상황이라는 변수를 만날 경우 달라질 수 있다. 〈허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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